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의 헌법 155조 발동으로 ‘사실상 자치권 박탈’의 위기에 처한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 10일에 유예했던 ‘일방 독립선언’을 밀어 붙일 것이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정부의 조르디 투룰 대변인은 카탈루냐 라디오방송 RAC1에 출연해 “카탈루냐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 주 내로 카탈루냐 지방정부가 입장을 결정할 것이며, 그 안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카르메 포르카델 카탈루냐의회 의장도 “자치정부와 민주주의를 없애려는 시도에 어떻게 대응할 지 결정하기 위해 조만간 본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향후 자치정부의 대응으로 지난 10일 마드리드 중앙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며 잠시 보류했던 카탈루냐의 일방 독립선언을 재개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고 전했다. 카탈루냐 내 독립파 정치인들은 푸지데몬에게 즉각 독립을 선언하라고 압박해 왔는데, 라호이 총리가 현 자치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이상 푸지데몬으로서도 더 이상 독립선언을 미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푸지데몬 수반이나 현 자치정부가 독립선언을 포기하더라도 카탈루냐 자치경찰인 ‘모소스 데스콰드라’나 주민들이 중앙정부의 명령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투룰 대변인은 교착상태 해소를 위해 제기된 자치정부 조기총선 가능성은 배제했다. 라호이 총리는 “최소 6개월 이내에 카탈루냐 지방의회 선거를 다시 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기에 이를 뒤집기 위해 푸지데몬 수반이 선제 조기총선을 선언하는 방안이 거론된 바 있다.
한편 155조 발동을 결정한 스페인 정부의 알폰소 다스티스 외무장관은 이날 영국 BBC방송 ‘앤드류 마 쇼’에 출연해 카탈루냐측의 비판에 대응했다. 그는 포르카델 의장의 “사실상 쿠데타” 발언에 대응해 “쿠데타를 시도한 것은 카탈루냐 지방정부”라고 맞받아 카탈루냐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또 그는 지난 1일 독립투표 당시 중앙에서 파견한 경찰이 투표하려는 주민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장면 중 “다수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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