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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세계 첫 LTE무전기 상용화... IoT접목 데이터 무전시대 도전

입력
2017.10.23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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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음성 전달 기술 축적

공항 관제 시스템 그룹통화 개발

국내 13곳 공항서 사고 ‘0’ 기록

국내 무전기 시장 독점 모토로라

2년여 만에 기술력 앞질러

대용량ㆍ대규모 통신 세계 최고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KT정보전산센터에서 만난 정경훈 넷진테크 대표가 LTE 기반 무전통신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KT정보전산센터에서 만난 정경훈 넷진테크 대표가 LTE 기반 무전통신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공군의 최전방 부대로 불리는 오산 중앙방공통제소(MCRCㆍMaster Control and Report Center)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항공기를 통제한다. 관제실에 앉아있는 관제사들은 수시로 조종사들과 소통하고 있다. 조종사가 비행기 내부의 소형 무전기로 현재 상황을 말하면 이 신호가 지상으로 쏴지고 관제 시스템을 거쳐 상황실로 전달된다.

지상관제 시스템 내 신호 전달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음성을 다중화하는 장치다. 휴대폰 음성통화처럼 관제사 1명과 조종사 1명만 알고 있으면 되는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조종사의 말을 그대로 복사해 감독자를 포함한 여러 명에게 동시에 전달해 줘야 한다. 현재 오산비행장 MCRC를 포함해 인천공항, 대구공항 등 민간공항의 공항 관제 시스템에 들어가 있는 이 ‘1대 다’ 통신(그룹통화) 기술은 국내 토종 기업 넷진테크가 개발했다.

18일 서울 양천구 목동 KT정보전산센터에서 만난 정경훈 넷진테크 대표는 “국내 13곳 공항 교환 시스템에 넷진테크 장비가 탑재돼 있으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없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2010년 오산비행장 시스템을 준공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정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전체 직원 44명 중 기술인력이 37명일 정도로 기술기업을 지향하는 넷진테크는 기술력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규격화된 장비를 개발하고 납품하는 사업 모델로는 장기적인 성장이 어려워 보였다. 정 대표는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는 기반을 선점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기존 넷진테크는 시스템을 개발하면 끝인 장비 개발사여서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넷진테크는 강점인 음성 교환 기술로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을 찾기 시작했다. 정 대표를 포함해 넷진테크 핵심인력 대부분은 LG정보통신(현 LG전자) 연구원 출신이다. 1980년대 전국에 전화국이 깔리기 시작하던 시절, 유선 통신망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이었던 전전자교환기(TDX)부터 시작해 90년대 음성교환과 데이터교환의 중간 단계였던 비동기식 교환기(ATM)까지 30여년 동안 유선을 활용한 음성 전달 기술을 축적해 왔다.

정 대표는 “음성 교환기를 개발하며 쌓은 그룹통화 기술을 공항 외에 접목할 만한 분야는 휴대용 무전기였다”며 “하지만 휴대용 무전기는 유선이 아닌 무선 기반이라 기지국 하나 없는 작은 기업이 뛰어들 수는 없었다”고 떠올렸다.

비슷한 시기 국내 무전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KT파워텔에는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당시 무전기는 주파수공용통신(TRS)망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이뤄졌기 때문에 1995년 정부로부터 TRS 사업 허가를 따낸 KT파워텔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지만 서비스만 운영할 뿐 핵심 장비와 기술력은 모두 모토로라 것이었다. 100% 외산장비로 운영되는 체계라 위험성이 점점 커졌다. KT파워텔 관계자는 “모토로라가 자사 기지국과 시스템을 강요해 유지보수 비용까지 엄청난 금액이 모토로라에 들어갔다”며 “국산화가 필요했고 넷진의 기술력과 KT의 서비스 운용 능력을 합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2012년 넷진테크는 TRS보다 수백 배 빠른 LTE 기반 휴대용 무전기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해 2014년 세계 최초 LTE 무전 ‘파워톡’ 출시에 성공했다. TRS 방식에만 안주하던 모토로라가 사업 악화를 이유로 2017년 기술 지원을 끊겠다고 통보한 틈을 비집고, 발 빠르게 LTE로 방향을 틀어 모토로라 기술력을 능가하는 LTE 무전기 상용화를 2년 만에 해낸 것이다.

파워톡은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이 50만명에 달하고 한 사람의 음성이 0.5초 이내에 8,000명에게 동시 전송된다. 대용량ㆍ대규모 무전통신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국내 가입자는 20만명으로 이마트,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등 유통ㆍ물류 현장과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제조공장에서 쓰이고 있다. 다가올 평창올림픽에서도 활약할 예정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기능이 향상됨에 따라 무전기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 대표는 “처음 뛰어들 때는 모토로라를 앞서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면 목표 때문에 대용량ㆍ대규모에 주력했다”며 “이제 무전이 갖는 강력한 보안성을 바탕으로 각 산업 영역에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로 추가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무전기를 기반으로 위성항법시스템(GPS) 기능을 특화한 관제 시스템 ‘디스패처’다. 작업자들의 정확한 위치를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그룹통화도 지원한다. 디스패처는 일본 소프트웨어 업체 J모바일을 통해 화물 배차 현장에 수출되고 있다. 무전을 하면서 동시에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도 상용화했기 때문에 보안시장 등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기기가 통신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넷진테크의 새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IoT 시대는 ‘데이터 무전 시대’가 될 것이며 솔루션 경쟁력을 유지해 우리 상품과 서비스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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