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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트럼프의 그림, 1800만원 낙찰

입력
2017.10.22 20:5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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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스케치.
199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스케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직접 그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모델로 한 낙서 같은 스케치가 최근 경매에서 1만 6,000달러(1,812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7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조악한 스케치가 2만 9,000여달러에 팔려 현직 대통령의 작품으로선 이례적인 고가의 경매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경매 주관사인 줄리앙 옥션은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 스케치 작품이 예상 낙찰가인 8,000~1만2,000달러를 훌쩍 넘어 1만 6,000달러에 팔렸다고 밝혔다. 가로 23cm, 세로 31㎝의 이 스케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5년 자선 경매를 위해 그린 것으로, 당시에는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가격에 팔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뉴욕의 상징적 건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임대 지배권을 얻기 위해 부동산 재벌인 맬킨가와 지분 경쟁을 벌이던 시기로, 결국 오랜 법적 소송 끝에 2002년 자신의 지분을 맬킨 측에 넘겼다. 옥션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케치 작품은 뉴욕의 거물 부동산 거래 사업가로 성장하는 시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작품이 대통령 취임 후 경매에 부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05년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쓱쓱 그린 단순한 스케치 작품이 지난 7월 경매에서 2만9,184달러(3,284만원)에 팔렸다. 이 작품의 크기 역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스케치와 비슷하다. 이 스케치에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대신, 자신이 세운 트럼프 타워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등 역사적인 대통령을 제외하고 20세기 이후 현대사의 대통령 작품이 이 정도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의 충성도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흥미로운 것은 두 스케치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 비평가인 데이비드 콜맨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과장된 제스처에 비해 디테일은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이 드로잉에도 그대로 드러난다”며 “리얼리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거래는 트럼프 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삽으로 판 어떤 것도 구매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2005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 뉴욕 맨해튼 스카이라인 스케치.
2005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 뉴욕 맨해튼 스카이라인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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