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뉴스 배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0일 “외부 요청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 기사가 재배열됐다는 의혹이 있어 감사를 진행했더니 담당자가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그 동안 뉴스 편집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뉴스 배치 과정상 절대 있을 수 없는 구조”라며 전면 부인해왔다. 이번 사과는 뉴스 조작의혹을 부인할 수 없는 정황이 확실해지자 서둘러 잘못을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네이버의 조작은 한 인터넷매체가 ‘프로축구연맹의 홍보팀장이 네이버스포츠 담당 이사에게 수시로 연맹 비판 기사를 잘 보이지 않게 재배치해달라고 청탁했고, 네이버 측이 이를 수용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게 발단이다. 이 매체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축구연맹 홍보팀장은 지난해 10월 “K리그 기사 관련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등의 청탁 문자를 보냈고 그 후 배치가 조정돼 해당 기사 댓글이 끊기자 다시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네이버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흠집이 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포털의 뉴스 기사 배치 등 공정성 시비는 전에도 여러 차례 불거졌다. 최근에도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네이버가 삼성 요청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 관련 기사를 축소 배치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검이 압수한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의 휴대전화에서는 2015년 5월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 포털 쪽에 부탁해뒀다”는 문자메시지가 미전실 임원 이름과 함께 발견됐다. 지난해 말엔 네이버와 다음이 ‘법령이나 행정ㆍ사법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실검 순위에서 특정 검색어를 삭제하거나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유지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뉴스 인터넷기사의 이용자 점유율도 55%에 이른다. 대다수 시민이 네이버로 검색을 하고 뉴스를 소비하는 셈이다. 포털은 이미 단순 기사와 정보 전달자가 아닌 편집과 배포라는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수시로 터져 나오는 실시간 검색조작 가짜 뉴스의 유통 통로라는 지적이나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뉴스 편집과 배치, 실검 선정 등의 분명한 기준을 밝힌 적도 없다. 디지털민주주의 시대에 포털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언론으로서의 공공성과 책임의식을 자각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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