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CJ컵 첫 우승
589야드 긴 홀 과감하게 투 온
승부사 기징 유감없이 발휘
2차 연장 끝 리슈먼 따돌려

“당분간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시시각각 방향을 바꾸며 몰아치는 회오리 바람에 너무 시달린 탓일까.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CJ컵 정상에 오른 저스틴 토마스(24ㆍ미국)는 우승 직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1주간 9개 대회에 참가할 만큼 강행군을 펼친 토마스의 피로도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0m에 달한 제주의 강풍 탓에 정점을 찍었다.

토마스가 22일 제주 서귀포시 클럽 나인브릿지(파72ㆍ7,19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를 버디 4개로 막아 이븐파 72타를 쳤다. 그는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4개를 엮어 2언더파를 친 마크 리슈먼(34ㆍ호주)과 최종합계 9언더파로 동률을 이뤄 연장 접전 끝에 초대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상금은 166만 5,000달러(약 18억 8200만원). 대회 직전 기자회견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16~20언더파에서 우승 스코어가 형성될 것”이라고 밝힌 토마스는 1라운드가 펼쳐진 19일까지만 해도 자신의 호언장담을 실현시킬 기세였다. 실제 그는 첫날 이글 2방 포함 9언더파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이튿날부터 불어 닥친 강풍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2라운드 2오버파로 고개를 숙인 토마스는 그러나 3라운드 2언더파, 4라운드 이븐파를 치며 끝내 이름값을 해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바람이 부는 가운데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인내한 게 자랑스럽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정도였다. 토마스는 “지난 이틀 동안 어려웠다. 춥고 바람도 변화가 심했다”며 “바람이 마구 돌아서 거리를 맞추는데 애로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바람 때문에 말을 듣지 않은 건 샷 뿐이 아니었다. 토마스는 “갤러리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바람은 퍼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그린에 공을 올리고서도 바람을 읽는데 실패해 퍼팅을 놓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토마스의 해법은 정면돌파였다. 리슈먼에 1타 뒤진 채 18번홀(파5)에 들어간 그는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589야드의 긴 홀이었지만 과감하게 투 온을 시도한 것. 그는 “1타 뒤지고 있어서 반드시 버디가 필요했다”며 “그런 짜릿한 순간에 도전하는 샷을 즐긴다. 그렇게 승부를 걸어 우승하는 게 즐겁기 때문에 프로 골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리슈먼이 세컨 샷을 워터 해저드에 빠트렸지만 “레이업을 시도할 생각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렇게 먼데까지 와서 3온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통산 7개의 우승 트로피 가운데 아시아에서만 3개를 차지한 토마스는 “아시아에 오면 운이 좋고 경기가 잘 풀리는 편”이라며 “아시아의 기운이 긍정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웃었다.
서귀포=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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