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중국 공산당대회가 반환점을 돌면서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의 최고지도부 진입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실현될 경우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와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 등 차세대 유력주자들의 탈락과 동시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 공고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왕 주임과 자오 부장이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상무위원으로는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한정(韓正) 상하이시 서기, 왕양(汪洋) 부총리 등을 꼽았다. 리 주임은 서열 3위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 한 서기는 서열 4위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 주임은 서열 5위인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 부장은 서열 6위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 부총리는 서열 7위인 상무부총리로 각각 전망됐다.
왕 주임과 자오 부장의 상무위원 진입설은 그간 두 사람이 천ㆍ후 서기에 비해 뒤처지는 것으로 평가돼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50대인 천ㆍ후 서기가 탈락할 경우 이는 시 주석이 10년 집권의 후반기에 들어서면서도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여서 사실상 3연임을 포함한 장기집권을 도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실제 중국 관영매체들과 주요 정치인들은 시 주석의 이름 석 자가 포함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찬양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왕 주임은 시 주석의 핵심브레인이지만 지방정부 서기 경험이 전무하고 자오 부장은 한 때 직속부하의 비리로 낙마설이 돌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격 사유가 분명한 이들은 집단지도체제의 일원이 아닌 시 주석의 수족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특히 SCMP의 예상대로 왕 주임과 자오 부장이 각각 선전ㆍ선동과 감찰ㆍ사정 분야를 맡게 될 경우 시 주석은 실질적인 ‘1인 천하’를 구축하게 된다. 비서실장 격인 리 주임이 서열 3위에 올라서고 중앙위원ㆍ정치국원도 대폭 물갈이될 경우 리 총리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측은 경쟁 상대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후계자로까지 꼽혔던 천 서기와 공청단의 대표주자인 후 서기를 함께 탈락시킬 경우 이 역시 정치적 복선이 분명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정파 안배의 모양새를 갖춤으로써 자신의 권력 기반을 공고화하는 데 대한 반발을 줄이되 차기 주자 간 충성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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