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반대 민원 잇따르자 취소
주최측 “명백한 차별” 강행 의지
제주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성 소수자의 문화행사인 제주퀴어문화축제를 놓고 지역사회가 충돌하고 있다. 소수자 인권보호를 외치는 주최측과 전통가치를 훼손한다는 주민간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주시가 축제장소를 허가했다가, 돌연 번복해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22일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이달 28일 신산공원을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 행사장으로 사용하겠다는 장소 사용 승인서를 지난달 27일 제주시에 제출했고, 시는 다음날 사용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시는 축제에 대한 반대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이달 17일 민원조정위원회를 개최했고, 회의 결과 장소 사용 철회로 결론이 내려지자 다음날 장소 사용 취소를 결정했다.
문경진 제주시 부시장은 “도민 정서상 퀴어문화축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오는데 축제조직위가 이들을 통제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는 단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철회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축제조직위는 법적 대응과 함께 행사를 계획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직위는 이달 19일 시를 상대로 한 공원사용허가거부처분 취소와 사용허가 거부에 따른 집행정지신청서를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조직위측은 “수많은 축제를 진행하면서 시가 민원조정위원회를 개최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전 미리 허가를 받은 퀴어축제에 대해서만 뒤늦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종교적, 개인적 판단을 근거로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노동당 제주도당을 비롯해 지역내 시민사회단체들도 시의 결정을 비난하면서 퀴어축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 20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제주시를 상대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축제장소 사용 취소를 결정한 민원조정위 위원 12명 중 공무원이 10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퀴어축제는 서울, 대구, 부산 등에서는 이미 열리고 있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갈등을 겪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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