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노인 근로자 9명 중 1명꼴로 직장 내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20ㆍ30세대 근로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하는 노인 역시 늘고 있지만 근로 환경은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22일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최근호에 따르면 순천향대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경재 교수팀이 2014년 제4차 근로환경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근로자 3만2,984명(남성 1만7,066명ㆍ여성 1만5,9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9%(1,978명)가 지난 1년 간 직장에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20대(4,331명) 5.5%, 30대(8,624명) 4.2%, 40대(9,678명) 4.9%에 머물렀지만, 50대(6,622명)부터 7%로 증가하기 시작해 60대 이상(3,729명)에서는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11.6%를 기록했다. 노인 근로자가 겪은 대표적 차별 사례로는 고령을 이유로 희망 퇴직이나 해고의 1순위로 꼽히는 것과 채용 시 나이제한 등이 있었다.
또 직장 내 차별 경험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교육수준이 낮고 단순노동자일수록, 월 수입이 130만원 미만일수록, 주당 근로시간이 61시간 이상일수록 상관성이 더 컸다. 이른바 ‘질 나쁜 일자리’일수록 직장 내 차별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성별로는 여성(6.6%)이 남성(5.4%)보다 차별을 겪은 비중이 높았다.
연구팀은 차별에 노출된 근로자 집단일수록 삶이 웰빙(well-being) 상태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매우 큰 것으로 분석했다. 연령차별을 받은 경우 1.5배, 학력차별을 받은 경우 1.4배, 직업유형에 따른 차별을 받은 경우 1.7배 웰빙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으로 각각 평가됐다. 특히 직장에서 차별적인 사건을 3건 이상 겪은 근로자는 차별을 한 번도 겪지 않은 근로자보다 웰빙에 도달하지 못할 위험도가 2.6배나 됐다. 이번 조사에서 차별로 인해 웰빙과 거리가 먼 직업군으로는 단순노동자(29.8%), 일용직근무자(29.7%)가 각각 1위, 2위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차별은 전세계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사회문제이자,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직장 내 다양한 차별을 확인하고 예방함으로써 근로환경을 개선하면 근로자 저마다의 웰빙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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