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더부치(Wunderwuzzi)’. 제바스티안 쿠르츠(31)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의 별명으로, 영어로 치면 ‘원더 키드(wonder kidㆍ놀라운 소년)’ 정도로 해석된다. ‘물 위를 걷는 능력자’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한다. 갈릴리 호수의 물 위를 걷는 기적을 행했던 예수에 빗댄 표현인 셈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우파 국민당을 승리로 이끈 31세 쿠르츠는 이제 오스트리아 차기 총리직을 거머쥐게 된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선출된 최연소 국가지도자’라는 타이틀도 그의 몫이다.
실제로 선거 과정에서 쿠르츠가 일군 성과는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현 집권 사회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은 지난해 12월 대선 결선 투표에 후보를 진출시키지도 못했다. 올해 5월 초 정당 지지율(21%)도 극우 자유당(29%), 중도좌파 사민당(28%)에 한참 밀렸다. 그런데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그가 같은 달 12일, 당 대표에 오르자마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국민당은 당일 여론조사에서 35%를 기록,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줄곧 30~35% 지지율을 유지하며 단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총선 득표율은 국민당(31.5%), 사민당(26.9%), 자유당(26.0%)로 최종 집계됐다. 쿠르츠 한 사람이 모든 걸 뒤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국민당은 현 집권연정 하에서 불화가 쌓인 사민당보다는 ‘반(反)이민’ 노선을 공유하는 자유당과 함께 연정을 꾸릴 것으로 점쳐진다. 오스트리아는 극우정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유럽연합(EU)의 첫 국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총선 후 연설에서 “오스트리아가 EU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반(反)EU인 자유당과는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EU 통합’과 ‘탈(脫)EU’의 흐름이 맞부딪치는 상황에서 ‘31세 총리’가 보일 향후 행보에 세계 각국의 이목이 벌써부터 집중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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