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범행이지만 잔혹해”
국민참여재판서 징역 4년”
밤 늦게 귀가해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장식용 수석으로 머리 등을 내리쳐 숨지게 한 60대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아내와 변호인은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을 견디다 못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61ㆍ여)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23일 오전 1시 30분쯤 강원 삼척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당시 남편(61)은 수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음에도 계 모임에 갔던 아내 김씨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자 머리채를 잡고 유리잔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오랜 기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왔던 아내의 감정이 폭발했다. 김씨는 거실에 있던 2.5~3㎏ 가량의 장식용 돌을 집어 들어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다. 김씨는 쓰러져 출입문 벽으로 기어가는 남편의 머리를 재차 가격했다. 결국 병원으로 옮겨진 남편은 이날 오전 4시쯤 숨졌다.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남편을 죽이려고 마음 먹은 적이 없고,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정확한 기억이 없다”며 심실상실 상태를 강조했다. 특히 “37년의 결혼기간 동안 남편으로부터 끔찍한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가운데 사건 당일도 무자비한 폭행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방어차원에서 한 행동”이라고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 전원이 김씨에게 전원 유죄를 평결했다. 배심원 3명은 징역 5년, 나머지 6명은 징역 4년의 양형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남편의 머리를 돌로 내리쳐 살해한 범행수법이 매우 잔혹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37년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자녀들을 위해 참고 견뎌온 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가족과 부부를 오랫동안 지켜봤던 이웃들이 선처를 간곡히 호소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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