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구토 유발부터 깃털 동위원소 분석까지
“펭귄은 무엇을 먹고 사나요?” 강연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펭귄의 먹이에 대한 것이다. 물론 답은 간단하다. “물고기와 크릴을 먹습니다.” 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펭귄은 모두 바다에서 먹을 거리를 찾는다. 펭귄을 연구했던 초창기 학자들은 갓 죽은 사체의 위 속 내용물에서 어떤 종류의 물고기와 크릴이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종별 먹이가 다 밝혀진 지금도 학자들은 펭귄의 취식행동을 조사한다. 펭귄이 먹는 먹이의 종류나 양이 환경변화에 따라 해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남극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조사법은 구토를 유발해서 먹이를 꺼내는 방식이다. 펭귄의 입에 튜브를 연결시킨 채 따뜻한 물을 주입해 위 부분을 문질러 주면 뱃속의 내용물을 뱉어낸다. 이렇게 얻은 위 내용물에서 연구자들은 반쯤 소화된 잔해를 망에 거른다. 그 후 물기를 제거한 건더기 속에서 물고기의 이석(otolith)을 찾고 크릴의 껍데기와 다리를 골라낸다. 이를 비교하면 어떤 물고기를 먹었고 어떤 크릴을 잡아 먹었는지 구분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펭귄이 한번 바다에 다녀오는 동안 섭취한 먹이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어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펭귄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쉽게 분해돼 잔해가 남지 않는 먹이는 확인할 수 없는 단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펭귄의 등에 부착한 비디오카메라를 분석해서 먹이를 잡는 순간을 확인한다. 프랑스, 일본,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공동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해서 아델리펭귄, 쇠푸른펭귄, 노란눈펭귄, 마젤란펭귄이 해파리(jelly fish)를 먹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방법은 펭귄의 수중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이다. 펭귄이 크릴을 먹을 때와 물고기를 먹을 때 머리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머리를 돌리는 방향과 속도 변화량을 분석하면 먹이의 종류뿐 아니라 먹이를 잡은 횟수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펭귄의 머리 위에 가속도를 측정하는 작은 기록장치를 부착해 행동을 기록한다.
이런 방법들을 이용하면 짧은 시간 펭귄의 취식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간에 걸친 섭취 패턴을 알기는 힘들다. 대부분 현장 연구는 번식기인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비번식기인 3월부터 10월까지 무엇을 먹는지 직접 조사가 어렵다.
이럴 때 간접 방법으로 펭귄의 깃털에 담긴 안정성 동위원소(stable isotope)가 요긴하게 쓰인다. 펭귄의 깃털갈이는 번식기가 끝나는 2월에서 3월에 일어난다. 새로 돋는 깃털은 비번식기 동안 섭취한 음식을 통해 만든다. 따라서 깃털에 들어있는 원소의 동위원소(주로 탄소와 질소) 비율을 분석하면 비번식기에 어떤 먹이원을 섭취했는지 알 수 있다. 안정성 동위원소 분석법은 과거에 살았던 펭귄의 조직 등을 검사할 수 있어서 아델리펭귄 번식지에서 발굴된 알껍질을 통해 수 백년 전 이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추측하는데 쓰인다.
다가오는 12월 중순 남극 킹조지섬에 있는 세종기지에 가서 이런 방법들을 이용해 올 번식기 펭귄의 먹이원을 조사할 예정이다. 급속한 기후변화의 흐름 속에서 펭귄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글·사진=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