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어 갈 시진핑 2기 체제가 출범했다. 중국권 매체들은 “‘포스트 덩샤오핑’ 시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장쩌민, 후진타오 집권 당시의 집단지도체제를 넘어 시 주석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절대통치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서구 언론은 ‘시 황제 대관식’이라 표현했다. 시 주석은 18일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 보고에서 2012년 집권 때 제시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國夢)’을 32회나 부르짖었다.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 서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 중국의 꿈(中國夢)은 결국 강국의 꿈(强國夢)이다. 시진핑이 그리는 세계 최강 중국의 모습은 뭘까. 시 주석은 “중국의 꿈은 반드시 중국의 길을 걸어야 하고, 중국의 정신을 선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표준이 아니라 중국의 독자성에 근거해 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것이다. 그 방식은 옛 중국이 천하를 다스려 온 ‘포용’과 ‘패권’이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절대 타국 이익을 희생해 자국의 발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면서도 “중국이 자기 이익에 손해를 주는 열매를 삼킬 거라는 헛된 꿈은 버리라”고 경고했다.
▦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수천 년 동안 제국으로 군림했다. 그들 세계관의 핵심인 화이론(華夷論)은 단순하다. 천하(天下)는 세계의 중심인 문명세계 중국과 중국 이외 야만세계로 나뉜다. 그렇다고 중국 중심의 천하질서가 야만세계를 배제한 건 아니다. 조공(朝貢) 관계가 유지되는 한 주변 속국의 배타적 지배영역을 인정하며 포용했다. 물론 이 질서에서 벗어나는 나라에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행사했다. 미국과 세계질서를 논할 만큼 신흥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이제 주변국에 신(新)조공질서를 강요하고 있다.
▦ 중화제국은 아편전쟁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중국인들이 역사상 경험하지 못했던 패권의 상실이다. 150여년 굴욕의 역사가 이어졌다. 서구문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한 시진핑은 포용과 패권의 결합이라는 유산을 토대로 중화제국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은 주변 속국의 배신에 대한 일종의 패권 행사다. 미국과 중국 간 본격적인 패권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미국과의 가치동맹을 지속할 것인가, 중국을 적극 활용하며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중국몽은 끊임없이 우리의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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