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 추가 협의 필요”… 대북 제재 국면 감안된 듯
北 “南 개성공단 말할 자격 없어… 보상이나 잘해줘라”

통일부가 개성공단 기업인들 방북 승인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입장 발표로 북한에 협조를 촉구하려던 계획을 미뤘다. 대북 제재 국면이란 점이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20일 “오늘 예정됐던 개성공단 관련 정부 입장 표명이 관계 부처와 협의가 덜 돼 보류됐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 내에 대체적인 공감대는 있지만 추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남았다”고 말했다.
전날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 승인과 관련해 “유관 부처와 협의 중이고 내일쯤 입장이 정리되면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통일부는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방북하는 기업인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북측에 협조를 요구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 발표 보류 결정에는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기업인들 방북에 협조하라고 북측에 요청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날 새벽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은 개성공업지구 문제를 입에 올릴 자격도, 명분도, 체면도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괴뢰 당국이 재산권 침해와 확인에 대해 떠들어대는 것은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한 박근혜 역도의 죄악을 덮어두고 기업가들을 동족 대결의 돌격대로 써먹으려는 교활한 흉심의 발로”라며 “우리의 지역에서 우리가 행사하는 모든 권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하기 전에 남측 기업들에 공업지구 폐쇄로 산생된 피해 보상이나 잘 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 공장을 은밀히 가동 중”이라고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고, 북한은 6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며 공장 무단 가동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개성공단 기업인 40여명은 12일 직접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시설물 점검을 하겠다며 통일부에 방북을 신청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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