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이 전원 사퇴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자 서울중앙지법 합의22부 재판부는 “박 피고인이 새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실상 재판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국선변호인의 접견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 결정에는 사법적 절차를 정치적 이슈로 돌려보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역력하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제법무팀으로 알려진 MH그룹이 “구치소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 인권위원회에 내기로 했다는 것도 그 일환이다. 차가운 감방에서 밤에 불이 켜져 잠을 잘 수도 없으며,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지만 국제사회를 향해 ‘동정 여론전’을 펴겠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발상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에 대해 서울구치소장과의 잦은 면담과 하루도 거르지 않은 변호인 접견 등으로 오히려 특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무기 삼아 국제적으로 쟁점화를 꾀한들 누워 침 뱉기에 지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때도 위기에 부닥치면 국면을 전환시키는 수법을 썼다. 유죄 선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 투쟁’으로 지지 세력을 결집시켜 정치적 부활을 시도하려는 심산이다. 주말마다 집회를 열고 폭력적 언동을 일삼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1일 총동원령을 내리고 대규모 대정부집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공지 글에서 “대통령께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하셨다” 며 참가를 호소하고 있다.
극우세력의 이런 움직임을 보면 우리 사회가 또다시 국론분열과 혼란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한때나마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박 전 대통령이 갈등과 분열의 구심점을 자처하는 것은 극히 실망스럽다. 자신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자유한국당의 자진 탈당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아온 그다. 온 사회가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듯한 모습에서는 최소한의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다. 그 손해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리란 것조차 모른다는 뜻일 터이니, 한심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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