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스페인 중앙정부의 ‘자치권 몰수’ 최후통첩을 사실상 거부한 채 분리독립 의사를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예고한 대로 카탈루냐의 자치권 박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양측이 정면 충돌을 향해 치달았다. 다만 중앙정부의 이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과연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19일(현지시간)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중앙정부가 통보한 독립 추진 결정 시한 직전에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에게 “중앙정부가 대화하지 않고 우리에 대한 압박을 계속한다면 자치의회가 (분리독립 의결)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정부가 앞서 이날 오전 10시까지 독립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자치권 박탈을 위협한 데 대한 반격이다. 푸지데몬 수반의 카탈루냐유럽민주당(PDeCAT)도 이날 특별회의 후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빼앗기 위한 행동을 취할 경우 독립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며 ‘포기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푸지데몬 수반의 서신이 공개된 직후 스페인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합법성을 복원하기 위해 헌법 제155조에 따른 절차를 지속할 것”이라며 오는 21일 내각 긴급회의를 열어 카탈루냐 자치권의 일부 또는 전체를 회수하는 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자치권 몰수 권한은 1978년 제정된 헌법 제155조에 명시돼 있는 것으로, 자치정부가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국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중앙정부가 이를 강제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동원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스페인 현대 역사상 한번도 적용된 적은 없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자치권 몰수를 시도한다 해도 당장 이뤄지긴 어렵다. 헌법 제155조를 실제 발동하려면 중앙정부가 우선 자치정부에 경고 조치를 한 뒤, 그래도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상원에 조항 적용을 요청해야 한다. 상원 역시 논의를 진행한 후 의원 절대다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자치권이 박탈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를 의식한 듯 스페인 정부 대변인 역시 “분명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많은 권한을 잃겠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도끼가 아니라 (수술용) 메스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새 카탈루냐 지도부를 세우는 지방선거가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한 관계자는 “만약 푸지데몬이 선거를 실시한다면 정부도 헌법 제155조를 발동하지 않겠다는 대화가 오가는 것으로 안다”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카탈루냐 주민에게 현 자치정부에 대한 평가를 맡겨 사실상 독립 의사를 다시 묻자는 구상이다. 하지만 자치정부의 라울 로메바 외무장관은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 선거는 옵션이 아니다”고 이를 철저히 부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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