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의 총 본산인 국기원이 자체 여비규칙을 만들어 임원들의 호화 해외출장을 지원한 반면 대학생들로 구성된 태권도 시범단원들에겐 단 한 번도 공연사례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국기원으로부터 받아 19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기원은 자체 여비규칙을 근거로 국기원시범단 해외공연 시 단장에게 100달러 이상의 일비를 지급하고 있다. 국기원시범단의 국외여비는 공무원 여비규정에 준해 지급된다. 공무원 여비 규정을 보면 국무위원들에게 지급되는 일비도 60달러 수준이다. 국기원 임원이 국무위원보다 많은 일비를 챙기고 있는 셈이다. 오현득 국기원장은 부원장 시절이던 지난해 3월 8일간의 멕시코 공연 일정 동안 일비로만 무려 800달러를 받았다. 국기원은 오 원장이 단장으로 동행한 올해 미국공연(3월 23∼30일) 때는 120달러의 일비를 지급했다. 오 원장이 미국 출장 8일 동안 받은 일비는 960달러에 달한다. 오 원장은 체육진흥기금에 포함된 항공료에 국기원 보조금 533만여원을 더해 약 776만원에 달하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반면 국기원시범단 단원들에 대한 국기원의 처우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국기원시범단 해외공연 예결산 명세를 조사ㆍ분석한 결과 국기원은 단원들에게 단 한 차례도 공연사례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원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오직 소집훈련 시 약간의 훈련비와 국외여비뿐이었다. 훈련비는 국기원 내 상설공연을 담당하는 상임단원의 경우 월평균 220만원, 연평균 2,600만 원 정도다. 비정기적인 시범단 해외공연을 주로 맡는 비상근 단원의 경우 월평균 42만원, 연평균 5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해외에 나가 우리 대표 브랜드 태권도를 소개하며 국가이미지 홍보에 기여하는 국기원시범단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며 "터무니없는 자체 국외여비 규칙으로 호화 해외출장을 다닌 국기원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국기원 운영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기원은 입장자료를 내고 "자체 여비규칙에서 부원장과 원장의 국외 일비는 각각 100달러, 120달러다. 지난해와 올해 오 원장의 국외 일비가 달랐던 것도 여비규칙에 따른 것이지 올해 일비를 상향 조정해서가 아니다"라면서 "시범단 단장의 비즈니스석 이용 역시 여비규칙에 따라 예산을 추가해 집행한 것이지만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자체 규칙을 검토해 개정,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범단원 공연사례비와 관련해서는 "국기원시범단은 상근직이 아니며 해외 파견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으로 공무원 여비규정에 준해 예산을 교부받고 있다"면서 "일비를 제외한 공연에 따른 별도의 사례비는 2010년 국기원이 특수법인으로 전환돼 문체부 기금을 보조 받기 시작했을 때부터 편성 자체가 불가했다"고 해명했지만 국기원을 향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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