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평소 일회용 컵도 안 써
탈핵 토론 벌인 가정집 깜짝 공연
제주 집에 태양광 설치한 장필순
서울 시민단체 찾아와 친환경 공연
권진원은 주민센터서 동요 등 불러
“이렇게 평화로운 저녁 살고 싶어”
지난 7일 노벨평화상을 반핵 운동 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이 받았다. 국제적으로 반핵 운동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고, 국내에선 울산 신고리 원전 5ㆍ6호기 건설 중단 혹은 재개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와 관련해 친환경 운동을 북돋우려는 여성 음악인들의 활동이 최근 두드러졌다. 친환경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그들은 일상을 배경으로 무대를 펼친다. 이상은 장필순 권진원이 최근 ‘낮은 무대’를 찾아 생태를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다.
“일본 음악인들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가정집. 해진 뒤 동네 아이들이 모여 북적북적하다. 이 평범한 가정집에 최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가수 이상은(47)이었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이상은은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앞에 두고 그의 히트곡 ‘언젠가는’을 눈을 지그시 감고 불렀다. 관객은 20여 명. 인근에 사는 30~40대 부부와 이들의 아이들이 전부다. 반상회 장기자랑 시간도 아니고, 가정집에 그것도 이상은을 잘 모르는 아이들 앞에서 노래라니. 이상은은 자신이 오랫동안 살던 홍익대 인근 주민들이 탈원전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는 소식을 지인에게서 듣고 응원 차 현장을 찾았다.
이상은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일회용 종이컵도 안 쓴다. 1990년 일본에서 음악 유학을 한 뒤 이상은은 핵 문제에 각별한 관심이 생겼다. 교류를 맺어 온 일본 음악인들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힘들어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이상은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사는데 제 노래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면 반상회 콘서트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웃으며 노래했다.
태양광 발전기로 전기 나누는 장필순
가수 장필순(54)은 최근 서울 강서구 강서양천민중의 집을 찾았다. 친환경 문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거주하고 있는 제주에서 올라왔다.
“저보다 주변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되네요.” 장필순이 바라는 삶의 방향은 “자연을 닮아가는 삶”이다. “숲을 좋아한다”는 장필순은 친환경을 일상에서 실천 중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집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친환경적인 삶을 위해 목돈을 들여 고민 끝에 용기를 냈다. 집에서 쓰고 남은 전기는 판다. 장필순은 “숲에 버려진 유기견을 집에 데려오다 보니 지금은 10마리를 키운다”며 “태양광이 있어 그 쪽(유기견 유지비)으론 큰 부담이 없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장필순은 “제주의 한적한 시골에 살면서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됐다”는 말도 보탰다.
특별한 공연은 그의 각별한 노래들로 채워졌다. 장필순은 하나 음악 등을 이끌며 음악인들의 더불어 사는 삶을 꿈꿨던 고 조동진을 위한 노래들을 주민들에게 들려줬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조동진의 ‘제비꽃’을 부른 장필순은 고인의 아내를 위해 쓴 노래 ‘낡은 앞치마’도 불렀다.
주민센터에서 동요 부른 권진원
“‘평화를 원한다면 당신이 만들어라’는 격언이 떠올랐어요.”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홍은1동 주민센터. 가수 권진원(51)은 30여 명의 주민 앞에 선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오늘 같은 평화로운 저녁을 살고 싶어” 공연을 하게 됐다는 설명도 보탰다.
권진원이 찾은 북한산 인근 주민센터 옆엔 천이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권진원은 “천을 보니 ‘가을밤’이 떠올랐다”며 동요를 불렀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풍경에 흠뻑 빠져 무반주로 부른, ‘돌발’ 선곡이었다.
권진원은 지난 겨울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섰다. 그는 음악으로 사회적 고민을 함께 하게 된 계기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활동을 꼽았다. “1980년대 말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면 힘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찾은 곳이 노찾사였고, 그 정신을 잊지 않고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했다.
권진원이 ‘살다 보면’을 부르자 주민들은 발로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따라 했다.
“‘살다보면’을 몇 만번 불렀을 텐데 관객과 하나가 된 느낌이 이리 강렬했던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정말 여러분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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