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위서 3억 배상 결정 불구
공정위는 지난해 무혐의 판단
“기술탈취 엄벌” 밝힌 후 행보 주목
중소 하도급 업체 기술 탈취 논란이 제기된 현대자동차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렸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회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최근 생물정화기술 전문업체인 비제이씨가 “원청사인 현대차가 미생물제 기술을 탈취했다”고 신고한 건에 대해 재조사에 돌입했다.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는 “지난 7월 현대차의 기술탈취 혐의를 재신고했고, 지난달 공정위가 ‘재신고사건심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건을 다시 조사 하기로 했다”며 “최근 공정위에 관련 자료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비제이씨는 자동차 도장 공정에서 발생하는 맹독성 유기화합물과 악취를 정화하는 미생물제를 개발, 2004년부터 12년간 현대차 울산공장에 납품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2015년 5월 비제이씨에 납품계약 중단을 통보했다. 현대차는 경북대와 공동으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뒤, 생산을 다른 협력사에 맡겼다. 이에 비제이씨는 “현대차가 2013년 11월부터 8차례에 걸쳐 핵심 기술 자료를 요구ㆍ탈취하고, 이를 경북대에 그대로 전달해 새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지난해 2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차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해 말 “신고인이 제공한 기술 자료가 고도의 기술이라고 보기 어렵고, 자료 제공에 (현대차의) 강요가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는 같은 해 8월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원회가 비제이씨의 중재 요청에 “기술탈취가 인정된다”며 현대차에 3억원 배상 결정을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최 대표는 “최초 신고 이후 중간에 조사관이 바뀌고 후임 조사관도 전혀 조사를 진행하지 않다 작년 말에야 현대차와 한 차례 대면 조사가 이뤄졌다”며 “대면조사 후 일주일 만에 무혐의 통보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번 재조사 결정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한 ‘엄벌’ 의지를 밝힌 이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공정위는 지난달 8일 ▦기술유용 사건처리 전담조직 신설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현행 3배 이내→3배) ▦기술유용 행위 ‘무관용’ 제재 등을 골자로 한 ‘기술유용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기술유용은 기술개발 유인과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과 우리 사회의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며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지난 6월 현대차는 공정위 신고에 따른 보복 조치로 2015년 계약해지 된 미생물제 외에 다른 화학제품 3종에 대해서도 납품계약 중단을 통보했다”며 “공정위 신고와 민사소송, 거래중단 등을 거치며 회사가 사실상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비제이씨에서 받은 자료는 기술 자료가 아닌 제품설명서에 불과해 기술탈취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건의 조사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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