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다시 30만명대로 올라섰지만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0대 가장의 일자리는 크게 줄어든 반면, 주로 ‘파트타임’ 성격인 60세 이상 여성의 일자리가 증가분의 절반 가량이나 차지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총 2,684만명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4,000명 늘었다. 지난 8월 기상 악화로 건설 일용직 취업자가 급감하면서 20만명대로 떨어져 우려를 키웠던 취업자 수 증가폭이 한 달 만에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고용의 질은 늘어난 취업자 수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늘어난 일자리의 무려 87.3%(27만4,000명)는 60세 이상의 ‘노인 일자리’였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 이상(14만1,000명)은 60세 이상 여성 노인 취업자로, 이들의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산업별로 지난달 취업자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6만2,000명)에서 많이 늘었는데, 60세 이상 여성 취업자 중 상당수가 보건ㆍ복지 분야 정부 일자리에 취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이 본격 집행된데다 돌봄ㆍ간병 서비스 분야에 노인 일자리가 늘면서 이 분야에 여성 인력이 대거 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추경에 의존하는 정부 일자리는 단기간에 일자리 수를 크게 늘릴 수는 있어도 급여가 높지 않고 일자리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반면 지난달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감소(5만5,000명)한 집단은 40대 남성이었다. 왕성한 경제활동으로 직업 안정성과 급여가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연령대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이들의 일자리는 주로 제조ㆍ금융업 등의 구조조정 때문에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비대면 금융거래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이 희망퇴직을 통해 직원들을 내보내는 현상도 40대 남성 취업자가 줄어든 데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창출하는 노인 일자리 등을 제외하면, 민간에서 여전히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크지 않은 셈”이라고 해석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