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류지혁(왼쪽), 김재호/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류)지혁아, 어깨 펴."
두산 김재호(32)가 더그아웃 뒤 복도를 지나가는 팀 후배 류지혁(23)을 보자 큰 소리로 외쳤다.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을 옮기던 류지혁은 선배의 한 마디에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두산이 '류지혁 기 살리기'에 나섰다. 팀의 유격수 자리를 맡아야 하는 류지혁이 힘을 내야 팀도 기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5전3승제) 2차전에서 선발 유격수 자리에 류지혁을 냈다. 이틀 연속 선발 출장이다. 전날(17일) 1차전에서 아쉬운 수비로 불안감을 남겼지만, 김태형(50) 두산 감독은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아직 부상을 모두 털어내지 못한 만큼 다른 방안도 없다.
김 감독은 류지혁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며 힘을 실어줬다. 김 감독은 "잘하려고 하는 부담이 왜 없었겠나. 김재호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크다 보니 본인도 부담을 더 갖는 것 같다"며 류지혁의 불안했던 수비 원인을 설명했다. 하지만 류지혁은 8월 말부터 부상으로 이탈한 김재호의 공백을 메우며 제 몫을 해낸 자원이다. 김 감독은 "김재호가 없을 때 류지혁이 잘해줘서 우리가 2위를 할 수 있었다. 한 경기를 가지고 탓해서는 안 된다"며 감싸 안았다.
선배 김재호도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난 뒤 자책을 하는 류지혁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재호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라'라고 이야기를 해줬다"며 "긴장하고 못해서 지는 거나,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실책이 나온 거나 경기가 끝난 뒤 아쉬운 건 똑같다. 경기가 끝나고 후회를 덜 하려면 하고 싶은 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막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풀이 죽은 모습으로 더그아웃을 오가는 후배를 발견하고서는 "어깨 펴"라며 기운을 불어넣기도 했다. 이어 "어차피 네가 잘하면 네가 올라가고, 네가 못하며 (부상으로 못 나가고 있는) 내가 욕을 먹는 거다"며 후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류지혁은 2차전에서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4-4로 맞선 5회초 선두타자 모창민의 타구를 잡은 그는 1루로 던졌지만, 송구가 약간 빗나갔다. 내야 안타로 기록이 됐지만, 아쉬움이 조금 남는 수비였다. 이어진 무사 1루에서는 나성범이 투런 아치를 때려내면서 류지혁의 마음도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점은 이날 두산이 NC를 상대로 17-7의 대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만들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류지혁도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3차전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잠실=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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