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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그런데, 강신명은…

입력
2017.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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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백남기농민 상황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백남기농민 상황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 연합뉴스

“검찰 조사요? 뭐 뻔하지 않겠어요.” 한 경찰 간부 말처럼,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초겨울 서릿발처럼 차갑지만, 미지근할 때는 또 한없이 유약한 게 수사기관의 칼날이다. 검찰이 17일 내놓은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수사 결과는 딱 그 정도였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을 지휘하고 감독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선에서 멈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걸 억지라고 어깃장부릴 맘은 없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11개월, 백씨가 숨을 거둔 뒤로는 1년하고도 1개월이 지나 내려진 결론. ‘그거 확인하겠다고 그 시간을 보낸 거야’라고 할 수는 있겠다.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 백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했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는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질 수도 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게 말이 되냐고 할 수도 있다. “소극적인 수사였다”고, “검찰이 경찰 편을 든 것이다”라고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데, 말했듯이 ‘그럴 줄 알았다’는 말로 얼마든지 요약 가능하다.

검찰은 물대포(살수차) 직사살수에 명백한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범행에 직접 관여한 사람만 처벌해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법 상식이다. 당시 치안 총수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는 그렇게 면죄부가 주어졌다(그는 서면으로만 조사를 받았다). 마음 먹자면 그 기준, 인정 못할 것도 없다. 시민 14명이 참여한 검찰시민위원회 의견도 충분히 반영됐다고 하니, 무턱대고 봐주기 수사였다고도 못하겠다.

논란을 차치하고, 강 전 청장은 무척이나 반가웠을 테다. 검찰에 고발된 후로 옥죄어 왔던 굴레를 마침내 벗었으니, 체기가 뚫린 듯 후련할 것이다. “사람을 죽여놓고 왜 사과하지 않느냐”는 말이 들리면 이제 “무슨 소리야. 검찰이 2년이나 조사하고도 죄가 없다잖아”라고 대꾸하면 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강 전 청장은 그가 몸 담았던 경찰이 지금 상처투성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당장 2인자였던 구 전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해 경찰 4명이 과실치사, 즉 사람을 죽였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됐다. 조직은 조직대로 시민 생명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경찰이 거꾸로 시민 생명을 앗아갔다는 오명을 상당 시간 안고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 전 청장 후임인 이철성 현 청장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세 번이나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유족은 물론 시민들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는 빈정거림과 “청와대가 하라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

그래서 백씨 사망 사건은 아직 끝이라고 할 수 없다. 백씨가 병원에 옮겨져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 기나긴 투병 끝에 결국 숨을 거뒀을 때 경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 한번 끔벅하지 않은 채 “절차에 문제는 없었다”고, “사람이 죽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버텼다. 누가 봐도 직사된 물대포에 맞아서라는 걸 알 수 있는데도 서울대병원이 병사로 판정했다면서 기어이 고인을 부검해봐야겠다고 나섰다. 왜 그랬는지, 여전히 우리에겐 듣고 싶고 들어야 할 대답이 많다.

답은 당연히 경찰 조직에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던 강 전 청장 몫이다. 그건 그때 수장으로서 조직을 진두 지휘했던 그가 마땅히 짊어지고 감당해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무조건 사과할 일이 아니라던 그 죽음이 경찰 잘못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시간이 너무 흘렀다. 더 늦기 전에 강 전 청장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입을 열어야 한다. 그가 등장하고 고개를 숙여야, 비로소 사건의 마침표는 찍힌다.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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