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박 2일 방한 일정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일본과 중국은 2박하면서 우리만 하루를 묵는 게 한국 홀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잇따른다.미국 대통령의 체류 기간이 양국관계의 순위이기라도 하듯 하는 모양새가 낯뜨겁지만, 이런 겉모습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게 외교 현실이다. 한미관계가 탄탄하다면 1박이 아니라 무박이라도 논란이 되지 않았을 법하다. 전화통화 등 정상 간 상호유대를 확인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그 정도로 돈독해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어딘가 불편한 것처럼 비친 게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따라서 형식의 틀로써라도 거리감을 좁히고, 밖으로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짧은 일정인데도 많은 행사가 뒤따르는 국빈방문을 적용하고, 청와대 관계자가 “머무는 시간만 보면 일본과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하는 것만 봐도 정부가 트럼프 방한에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청와대는 “1박이든 2박이든 중요한 일정이 세팅되고 적합한 메시지가 발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식의 틈을 메울 만큼 내용이 충실할지도 아직은 의문이다. 25년 만의 국빈방문, 24년 만의 국회연설을 염두에 둔 말이겠지만, 그런 ‘보여 주기’ 행사로는 내용이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백악관은 트럼프 방한에 앞서 “한국 국회에서 대북 압박을 최대한 강화하자는 연설을 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니키 헤일리 주 유엔대사는 최근 이란 핵 협정 불인증 조치와 관련, “나쁜 거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완벽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핵 동결-폐기의 단계별 해법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공조, 동북아 평화와 안정구축, 글로벌 협력 등에 논의할 것”이라고 딴 소리만 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러시아 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하는 북한 당국자를 만나기 위해 정부 인사를 보내겠다고 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는 정반대 노선인 미국의 ‘대화파’ 인사를 청와대에서 면담하는 등의 행보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다가 자칫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미 인식만 속속들이 미국에 각인시키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이런 우려를 씻어내는 길은 청와대가 지금부터라도 내용이 충실한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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