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유럽 프로축구 새 시즌이 시작된 지 두 달가량이 지난 가운데 한국인 유럽파들이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드컵을 앞둔 축구 대표팀에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 최고의 해를 보냈던 손흥민(25ㆍ토트넘)은 이번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자신의 우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ㆍ레알 마드리드)와 맞대결도 단 4분 만에 끝내야 했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44분 교체 출전했다. 다리 통증을 호소한 팀 동료 무사 시소코를 대신해 나섰으나 짧은 시간 탓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날두는 0-1로 뒤진 전반 42분 동점 페널티킥 골을 터뜨렸고, 양팀은 1-1로 비겼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21골을 퍼부으며 차범근(64) 전 감독이 보유했던 한국 선수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19골) 기록을 새로 썼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8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단 3경기에만 선발 출전했고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지난 9월13일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도르트문트에서 기록한 1골이 전부이다. 지난 해 9월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까지 수상하며 시즌을 시작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손흥민의 줄어든 팀 내 입지를 두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5ㆍ아르헨티나) 토트넘 감독의 전술적 선택의 희생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포체티노 감독이 스리백을 쓰는 경우엔 통상 손흥민의 자리가 없어지곤 한다. 특히 3-5-2 포메이션에서 해리 케인(24ㆍ영국)을 받쳐주고 찬스를 내주는 역할로 페르난도 요렌테(32ㆍ스페인)가 더 적합하다고 본것이다”며 “이는 손흥민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고 설명했다.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손흥민이 단 4분 출전한 것 역시 감독의 스리백 시스템에서 전술적 활용가치가 떨어진 것을 보여준다. 한 위원은 “손흥민의 개인 폼도 지난 시즌 아주 좋았을 때만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사진=토트넘 홈페이지
같은 EPL에서 뛰는 기성용(28ㆍ스완지시티)과 이청용(29ㆍ크리스탈팰리스)의 상황도 좋지 않다. 기성용은 무릎 수술로 지난 5월 웨스트브롬위치전 이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15일 리그 허더즈필드전에 교체출전해 17분을 소화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 옷을 입고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나 역시 몸이 무거웠다. 기성용으로서는 부상 여파에서 벗어나 경기 감각을 최대한 빨리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청용은 지난 9월 번리전에서 시즌 첫 선발 출전했지만 축구 인생의 오점으로 남을 만한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전반 3분 치명적인 백패스 실수로 상대팀에 결승골을 헌납했고 이는 프랑크 데 부어(47ㆍ네덜란드) 감독의 경질을 앞당긴 꼴이 돼버렸다. 이후 이청용은 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지동원(26ㆍ아우쿠스부르크)과 박주호(30ㆍ도르트문트)도 마찬가지다. 둘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 올 시즌 리그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주호는 지난 시즌 리그 2경기 출전에 그쳤고 현재 도르트문트 1군 명단에서 아예 제외된 상태다. 다만 구자철(28ㆍ아우쿠스부르크)은 올 시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 프로 데뷔로 기대를 모았던 이승우(19ㆍ헬라스베로나)는 교체 출전한 데뷔전(19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지만 이후 2경기 연속 결장했다.
유럽파의 암울한 상황이 고스란히 대표팀의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호는 10월 유럽 원정 A매치를 사상 처음 ‘전원 해외파’로 치렀지만 러시아, 모로코에 졸전 끝 대패했다. 러시아전에서 이청용이 도움 2개를 기록하며 반짝 활약했을 뿐 다른 유럽파들은 맥을 못 췄다. 한 축구 관계자는 “유럽파들의 부진은 일시적이든 어떻든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A대표팀 전력을 해외파 다수에 기형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유럽파 가운데는 영건 권창훈(23ㆍ디종FCO)이나 황희찬(21ㆍ잘츠부르크) 등 돋보이는 활약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손흥민, 기성용 등도 어느 시점에서 치고 올라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기대를 놓지 않았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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