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ㆍ독도기지대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임장근(59) 울릉도ㆍ독도기지대장은 올해 ‘독도의 날’(10월25일)을 맞이하는 소감이 남다르다. 과학기술원 근무 34년 만에 독도와 가장 가까운 울릉도에서 독도의 날을 맞게 된 덕분이다.
기술원은 2014년 7월 정부 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울릉군 북면 현포리에 울릉도ㆍ독도기지를 열었다. 임 대장이 기지 설립 산파역을 맡았다. 그는 ‘대한민국 땅 독도의 해양 영토까지도 지킨다’는 각오로 경북도와 함께 기지 건설을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기술원 부원장을 역임한 그는 올해 초 울릉도ㆍ독도기지대장을 자원했다. 직원 대부분 놀랐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 오지 중 오지인 울릉행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반 직원 입장에선 사실상 강등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지는 자리다.
임 대장은 “직접 기획했던 터라 오래 전부터 근무할 생각이 있었다. 독도기지를 안 가면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았다. 막상 와 보니 맑은 공기에 깨끗한 물이 너무 좋고 기지 대원들도 잘 꾸려나가고 있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두 차례 대원들과 독도를 밟았다가 깜짝 놀랐다. 20억원짜리 전용 조사선이 없어 독도 탐사 때마다 어선을 빌려야 했던 것이다. 임차 비용도 한 번에 500만원에 달하고 매달 한 차례 이상 독도에 가야 하지만 이마저도 배를 구하지 못해 연구원들이 제때 조사하지 못하는 일도 빈번했다. 기지 대원들은 지난해 15차례 독도를 밟았지만 올해는 예산 부족과 선박 임차가 어려워 7차례 밖에 가지 못했다.
임 대장은 그 동안 보고서로만 접했던 독도의 해양 생태계를 직접 눈으로 본 뒤 큰 충격을 받았다. 세계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에다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독도의 해양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독도 바닷속의 해초와 해양 생물이 사라지는 사막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조사로는 전체 면적 가운데 30% 이상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대장은 독도 지키기에 국민적 관심의 중요성과 함께 바닷속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환경 운동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임장근 대장은 “국민 모두가 독도에 와서 태극기를 흔들고 사진을 찍으며 감격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독도와 울릉도, 동해의 환경과 생태계 보존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며 “아름다운 독도와 그 안에 살아 숨쉬는 해양생태계가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독도의 날을 맞아 생활 속 환경 보호 실천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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