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ㆍ역량 부족으로 혈세 낭비 진행형
묻지마 투자로 국부 유출한 ‘MB 해외자원개발’ 닮은 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격적으로 추진한 해외투자사업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수백억원대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 사업 등으로 이미 13조6,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수공이 이번에는 해외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며 국고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수자원공사 해외사업’ 관련 자료와 자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사 측이 2007년부터 10년 동안 추진한 물 민영화 관련 해외사업은 현재 규모를 대폭 축소했거나 공사ㆍ운영 지연에 따라 손실을 내고 있다. 파키스탄 파트린드(Patrind) 수력발전사업, 태국 물관리 사업, 필리핀 앙갓(Angat)댐 수력발전과 상수도사업, 조지아 넨스크라(Nenskra) 수력발전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의원실에 따르면 태국 물관리 사업은 2012년 입찰에 참여해 수주했지만 쿠데타로 정권이 바뀐 태국 측의 제동으로 사업이 중단, 시작도 하지 못하고 손실만 남겼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추진한 최대 해외사업 중 하나인 이 사업은 ‘태국판 4대강 사업’으로 명명됐지만 최근 사업 정산 결과 3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측은 사업 철수 이후에도 동남아시장 진출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동남아사업단 인력을 현지에 계속 유지하고 있어 추가 비용 지출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필리핀 사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90억원의 지분을 투자해 2010년부터 추진한 필리핀 앙갓댐 수력발전사업은 4년 동안 현지 시민단체와의 소송으로 지연되다 2015년 발전을 시작했지만 가뭄으로 5개월 동안 발전을 못해 22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전력단가 하락으로 76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당시 최계운 수공 사장이 직접 착공식에 참여, 2,000억원대의 사업수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필리핀 블라칸 상수도사업도 매끄럽지 못한 업무 관계 등으로 지분 참여를 20%에서 3% 수준으로 낮췄다. 사실상 사업을 접은 셈이다.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사업과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사업 역시 걸음도 떼기 전에 발목이 잡혔다.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4,800억원대 파키스탄 수력발전 사업의 경우 2011년 11월부터 건설해 지난 5월 준공을 끝내고 시운전을 시작했지만 당초 파기스탄 정부가 약속한 송전선로가 마련되지 않아 상업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2015년 착공한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 사업 역시 조지아 정부가 실시한 지질조사 결과와 현장 상태가 달라 공사 지연 및 시공 변경으로 이미 3,0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4대강 사업 등으로 이미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투자과정에서 사업성 평가와 정치적 리스크 고려 등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 부실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현희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경영이 어려운 수자원공사가 모든 사업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함에도 위험성이 높은 해외사업을 추진하면서 불공정 계약이나 기후 등 기본적인 것을 살피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심지어 현지 법인 직원들의 방만하고 안일한 근무태도로 손실을 키우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