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NC 감독/사진=NC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가을야구에 '슈퍼 문'이 떴다. 더 독해진 김경문(59) NC 감독의 승부수가 포스트시즌을 뒤흔들고 있다.
NC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거침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차전에서 단판으로 끝냈고, 롯데와 맞붙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승2패로 승리했다. 지난 17일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13-5 완승을 거뒀다. NC가 가을야구에서 3년 연속 맞붙는 두산을 상대로 1차전을 가져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을만 되면 허무하게 밀려나던 NC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사령탑으로 10번째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김경문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파격'으로 이번 가을을 치르고 있다. 그가 던지는 승부수마다 딱딱 들어맞으면서 NC의 기세도 더 오르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은 김 감독의 묘수가 모두 통한 경기였다. 이날 NC는 2번 나성범-3번 박민우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정규시즌에선 박민우가 테이블세터, 나성범이 중심타자를 맡는 것이 '정상적인' 라인업이었다. 김 감독은 "나성범이 편하게 쳤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성범은 1안타 2득점, 박민우는 1안타 2타점을 올리면서 타순 조정의 효과를 봤다.
마운드에서도 변칙은 이어진다. 정규시즌에서 21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며 12승4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한 맨쉽은 플레이오프에서 불펜으로 뛴다. 1차전에도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맨쉽을 불펜 카드로 돌리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피로도가 쌓인 필승조에 휴식을 주는 효과까지 얻었다.
수비에서도 김경문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김 감독은 "잠실구장은 외야 수비가 중요하다. 주자들이 한 베이스 더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수비가 강한 김준완을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중견수로 기용했다. 김준완은 이날 2-4로 뒤진 4회 2사 1·3루에서 민병헌의 타구를 '슈퍼 캐치'로 잡아내면서 두산의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이 "오늘 데일리 MVP는 스크럭스가 받았지만, 수훈갑은 김준완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결정적 수비였다.
비단 플레이오프 1차전 한 경기뿐만이 아니다. 김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더 과감한 선택을 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에이스 해커가 아닌 맨쉽을 선발로 등판 시키는 '모험'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NC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차전에서 끝내면서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해커를 내는 '계산'이 딱 들어맞았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선발 3루수 박석민이 초반부터 연달아 불안한 수비를 하자 3회부터 박석민 자리에 백업 노진혁을 투입했다. 박석민이 중심타자로 나선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려'가 남을 수 있는 교체였다. 하지만 대수비로 들어간 노진혁은 4타수 4안타 2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3차전 데일리 MVP를 차지했다.
김 감독 스스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했지만, 과감한 교체는 선수단의 분위기까지 다잡는 효과를 줬다. 8점 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원종현, 임창민 등 필승조를 투입하는 모습은 '승리를 향한' 메시지까지 전하기에 충분했다.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냈지만 KBO리그에서는 지금까지 준우승만 4차례 차지하며 '우승' 한을 풀지 못했다. "2등을 많이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남들은 모를 것"이라며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올 가을 김 감독이 연일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 내며 '명장'의 자격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그의 '파격' 선택들이 들어 맞을수록 NC는 '더 높은 곳'에 다가가고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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