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7일 필리핀 남부 마라위시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테러 단체를 축출했다며 ‘마라위 해방’을 선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마라위를 불시 방문해 부대 앞에서 “이 자리에서 테러리스트의 영향력으로부터 마라위를 해방했다고 선포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선언은 전날 이슬람 반군 ‘아부사야프’ 지도자 이스닐론 하필론과 ‘마우테’ 지도자 오마르카얌 마우테 2명을 사살한 직후 나온 것이다. 에두아르도 아뇨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반군의 위협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지도자도 없고 조직도 없다. 단지 아직 백병전이 남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필리핀군은 핵심 지도자 2명을 잃은 반군 잔당을 약 2헥타르(2만㎡) 범위 공간에 몰아넣고 최종 공세를 펼치고 있다. 레스티투토 파딜라 필리핀군 대변인은 반군 약 20명에서 30명이 남아 인질 20여명을 데리고 저항하고 있으며, 건물 80여채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은 마라위 시내의 위험요소를 제거한 후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날 필리핀 정부군에 사살된 아부사야프 분파 지도자 이스닐론 하필론은 주변국에서 극단주의 성향 청년을 모집하고 자금을 들여 마우테 반군을 지원했다. 함께 사살된 오마르 마우테의 다른 형제 압둘라 마우테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필리핀 정보기관은 그가 8월 공습 때 숨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로마 가톨릭 교도가 주류인 필리핀에서 드물게 이슬람교 신자들이 모여 살던 도시 마라위는 지난 5월 IS의 추종집단을 자처한 마우테의 공격을 받아 점령당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즉시 남부 민다나오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필리핀군은 강도 높은 토벌 작전을 벌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해방됐지만 축하할 것만은 아니다”라며 마라위 주민들에게 도시가 파괴된 것을 사과한 후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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