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42) 창원 LG 신임 감독과 이상민(45) 서울 삼성 감독은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 ‘매직 히포’ 현 감독은 고려대의 골 밑에서 묵직한 플레이로 남성 팬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컴퓨터 가드’ 이상민은 세련된 플레이로 여성 팬들에게 ‘산소 같은 남자’로 불렸다.
농구대잔치 스타들간의 지략 대결은 올해 현 감독이 방송사 농구해설위원에서 LG 지휘봉을 잡으며 처음 성사됐다. 현 감독은 해설위원 시절인 3년 전 이 감독이 삼성 감독으로 부임하자 “마음을 비우고 눈높이를 낮춰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막상 본인이 사령탑에 취임해 지도자 생활을 경험하면서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고생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감독은 현 감독과 첫 맞대결을 앞두고 “아무런 덕담도 하지 않았다”며 “처음 감독직을 맡았으니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대를 모았던 스타 출신 감독들의 맞대결에서 현 감독이 웃었다. 현 감독이 이끄는 LG가 1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삼성을 87-74로 꺾었다. 이로써 현 감독은 지난 13일 고양 오리온과 첫 경기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팀을 선두에 올려놨다. 반면 이 감독의 삼성은 14일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인삼공사를 누르고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2연승에 실패했다.
3쿼터까지 67-61로 앞선 LG는 4쿼터 초반 김종규의 덩크슛 2개를 앞세워 73-63, 10점 차로 달아났다. 이후 조성민과 조쉬 파월의 연속 득점을 보태 종료 5분42초를 남기고는 77-63, 14점 차를 만들어 승기를 굳혔다. LG 김시래와 조쉬 파월이 18점씩을 넣었고, 정창영은 14점을 보탰다. 현 감독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김종규도 13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제 몫을 했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30점 10리바운드로 KBL 최다인 37경기 연속 더블더블 행진을 이어갔으나 문태영(7점), 김동욱(5점) 등이 주춤해 홈 개막전에서 패했다.
울산에서는 우승 후보 서울 SK가 울산 모비스를 82-77로 제압하고 2연승을 달렸다. SK 애런 헤인즈가 28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돋보였고, 테리코 화이트도 24점 6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다만 간판 가드 김선형이 3쿼터 도중 발목을 크게 다쳐 2연승에도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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