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집권 여당이 15일(현지시간) 열린 지방선거에서 예상을 뒤집고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자 야권이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는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베네수엘라 여당의 선거 승리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맞선 야권의 동력도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16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밤 총 23개 지역의 주지사를 뽑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17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야권연합인 국민연합회의(MUD)는 반면 5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투표율은 61%로 과거 평균 투표율보다 약간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높은 물가상승률, 식량난 등으로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난이 고조되어 있는 가운데 이처럼 여론조사 등과도 크게 차이나는 선거결과가 나오자 베네수엘라 국내외 언론에선 부정선거 등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뜨겁다. 알자지라는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설명했고, 포브스도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야당 측이 14~17석을 가져가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며 “선거가 조작된 게 아니라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선거 직후 MUD 측은 승리를 확신하며 자축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야당 측은 감사를 요구하며 선거결과를 수긍하지 않겠다는 태세이다. 제라르도 블라이드 야당 측 선거캠프 위원장은 “이번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베네수엘라는 지금 매우 심각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 정부가 투표용지를 조작하고, 막판에는 공지 없이 투표소 위치를 옮기기까지 했다”며 “우리는 자유와 공정성이 결여된 이번 선거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교부도 선거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며 “이번 상황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또 “유럽연합(EU)국들과 심각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 7월 반발 속 제헌의회를 출범시켜 기존 의회의 입법 권한을 장악, 국제사회로부터 독재 권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은 이에 마두로 측 인사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키는 등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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