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퇴직 4개월 만에 취업심사도 거치지 않고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케이뱅크 사외이사로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 당시만 해도 케이뱅크가 법인 설립 전이어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제한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임원이 법적 허점을 틈타 감독대상 기업에 취업한 건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오순명 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 부원장보는 지난해 5월 퇴직 후 4개월 만에 케이뱅크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오 전 부원장보는 우리은행 본부장 출신으로 케이뱅크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추천으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금감원 임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유관기업 취업이 제한되며, 퇴직 3년 내 취업할 땐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오 전 부원장보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피감기관에 취업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케이뱅크는 당시 법인 설립 전이라 취업제한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취업심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자본금 10억원 이상, 매출 100억원 이상 등의 기업을 매년 12월말 취업제한기관으로 고시한다.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 자본금이 3,000억원이었다. 인사혁신처 기준을 적용하면 케이뱅크는 올해 말 취업제한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확실시 된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금감원 부원장보가 퇴직 후 감독대상 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업했고 금감원이 이 과정에서 어떤 조치도 마련하지 않은 건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며 “금감원이 인사혁신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사외이사로 주주사 출신 인사가 무더기로 선임됐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사외이사 6명 중 3명이 주주사 출신이며, 케이뱅크 또한 주주사 출신 사외이사가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이사회 9명 중 과반 이상을 사내이사 혹은 주주사 출신 사외이사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 의원은 “주주사 출신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주주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회사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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