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향해 외교와 압박, 군사옵션 암시 등 복합 카드를 내놓은 가운데 한 북한 관료가 당분간 북한이 외교에 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암시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전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이 인용한 이 관료는 북한이 외교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정부와 대화하기 전에 북한이 미국의 어떠한 적대 행위에도 대항할 수 있는 확실한 방어와 공격 능력을 확보했음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미국 본토 동부 해안에 이를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도 포함된다.
이 관료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두 가지 추가 단계로 이를 증명할 수 있다며 하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기존에 언급한 바 있던 지상 핵실험, 또 하나는 “괌 혹은 그 이상까지 다다를 수 있는” 장거리 ICBM 실험이라고 언급했다. 이들 실험이 실시될 시점으로는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도중이나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도중이 유력하다. 두 단계는 “미국에 북한이 핵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난주 북한의 ICBM 개발 상황을 언급하면서 “매우 좋은 핵심 재진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ICBM 개발 상황이 상당히 진전됐음을 파악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이날 유엔 군축위원회에서도 계속됐다. AP통신에 따르면 김인룡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으며 언제든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1970년대 이래 우리처럼 극단적이고 직접적인 핵위협에 놓인 국가는 없다. 당연히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확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이미 핵무기와 ICBM 발사 기술을 확보했다며 “미국 본토 전체가 우리의 사거리 안에 있고, 조금이라도 우리의 성스러운 영토에 침범하려 든다면 가혹한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반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에 따른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추가 제재가 결정된 가운데 나왔다. EU는 이날 외교이사회를 열고 북한에 대한 투자와 원유수출을 금지하고 송금 한도도 축소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같은 날 “유엔 제재에 호응해 북한과 경제ㆍ과학ㆍ기술 협력을 축소한다”는 내용의 대북 제재 명령에 서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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