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른 독감 유행 직격탄에
1년새 감염학생 5배 가까이 폭증
물ㆍ식품 통해 급속히 전염되는
1군 감염병도 3년간 꾸준히 증가
“학교 현장 감염 관리 체계 구멍
연령 맞춤형 대응 체계 마련해야”
전국 초ㆍ중ㆍ고교 학생 가운데 법정감염병(법에 명시돼 국가가 관리하는 질병)을 앓은 환자 수가 지난해 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이 빠른 학교 현장의 감염병 예방ㆍ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리면서 인플루엔자(독감ㆍ3군 법정감염병) 등 해마다 반복되는 질병에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2~2016년 학생 법정감염병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개군 23종(기타 2,498명 포함)의 법정감염병을 앓은 초ㆍ중ㆍ고교 학생 수는 50만1,279명에 달했다. 2012년 3만6,046명(20종)이던 감염학생 수가 2013년 3만8,993명(21종), 2014년 7만5,116명(22종), 2015년 10만535명(21종ㆍ기타)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폭증한 것이다.
이처럼 법정감염병 환자 학생이 1년새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은 전염병에 취약한 학생들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독감 감염 학생은 45만6,943명으로 전체 감염 학생 10명 중 9명(91.1%)이 해당 질병을 앓았다. 독감 이외에도 거의 매년 유행이 반복되는 수두(1만8,785명), 수족구(1만4,337명), 유행성이하선염(6,022명), 급성호흡기감염증(960명)을 앓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물ㆍ식품을 통해 급속도로 전염되는 1군 법정감염병 환자 학생 수 역시 최근 3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1군 감염병은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ㆍ유행 즉시 정부가 방역대책을 세워야 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2014년 73명이던 1군 감염병 환자 학생 수는 2015년 82명, 2016년 100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A형 간염 환자 학생 수가 61명으로 1군 감염병 중 가장 많았고, 세균성이질(12명), 장티푸스(10명),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8명), 파라티푸스(5명)는 물론 콜레라를 앓은 학생도 4명이나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ㆍ보건당국의 감염병 대처는 미흡한 실정이다. 통상 방학 중인 매년 1, 2월쯤 유행하는 독감이 12월 초 빠르게 확산하면서 대응체계에 구멍이 난 지난해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교육부는 보건당국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지난해 12월 8일)를 내린 지 열흘 만인 18일에야 조기 방학 검토를 권고하는 공문을 각 시ㆍ도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조기방학 여부는 각 학교 교장이 교사 회의 등을 거쳐 결정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돼 교실 내 전염을 막지 못했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보건 당국 역시 전체 연령대 독감 의심환자수를 기준(1,000명당 8.9명 초과)으로 유행주의보를 발령해 이미 11월 셋째 주 유행 기준을 넘어선(1,000명 당 9.8명) 학령기(7~18세) 의심환자 확산 추세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노웅래 의원은 “전염병에 취약한 학생들을 위한 예방 교육 강화와 교육ㆍ보건 당국의 연령 맞춤형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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