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또다시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였던 지난 해를 밑돌아 그간 심리적 저지선이던 40만명 이하로 떨어지게 돼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 현실에서 오히려 이른둥이 출산은 늘고 있다.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체중이 2.5㎏이 안 되는 신생아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이른둥이로 태어난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다태아 출산이 늘어나면서 이른둥이 출산율이 과거 20여년 동안 두 배 가까이 꾸준히 늘었다.
이른둥이는 일찍 태어나 면역기능이 약하고 신체 장기가 미숙하다. 그래서 출생 직후부터 호흡곤란증후군, 기관지폐이형성증, 뇌실내출혈, 괴사성 장염, 미숙아망막증 등 각종 질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이른둥이들은 신생아 중환자실(NICU) 퇴원 후에도 외래 방문이 잦고 재입원, 재활 치료 등 의료비 부담도 크다. 실제로 올해 대한신생아학회 조사 결과 이른둥이 가정 대부분이 양육비 지출 부담을 느꼈고, 그 중 의료비(38.8%)가 가장 큰 부담인 것으로 꼽혔다.
특히, 이른둥이들은 태아 발달 과정에서 늦게 발달하는 호흡기가 다 성숙하기 전에 태어나기 때문에 호흡기 관련 질환에 취약해, 재입원의 56.9%가 이로 인해 일어난다. 호흡기 질환 최대 원인인 RS 바이러스는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 환절기부터 유행하기 시작하며 모든 영ㆍ유아가 한번 이상은 감염되는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면역기능이 약하고 호흡기가 미성숙한 이른둥이 등 고위험군 영유아의 경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렴과 중증 호흡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사망률이 인플루엔자(독감)의 10배에 달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RS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예방 접종 비용이 고가여서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지난 해 보험급여 적용 기준이 다소 확대되기는 했으나 제한적으로 손윗 형제자매가 있는 이른둥이에게만 적용돼 아직도 외동이나 다태아 이른둥이는 예방접종에 엄두를 낼 수 없어 예방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건강한 모든 영ㆍ유아의 호흡기 건강을 위한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물론이고, 올해는 며칠 전부터 독감 예방접종도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가운데, 건강 취약층으로 적극적인 예방이 절실한 이른둥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인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만삭아와는 출발선이 조금 달리 연약하게 태어난 이른둥이지만, 생후 2~3년간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잘 돌봐주면 여느 아이 못지않게 얼마든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인구 절벽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 때, 태어나지 않은 아이 출산 장려도 중요하지만, 늘어가는 이른둥이들의 건강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