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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전 대통령, “정치보복” 주장 앞서 성실히 재판 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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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전 대통령, “정치보복” 주장 앞서 성실히 재판 임해야

입력
2017.10.16 19: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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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며 재판 포기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1차 구속만기일이었으나 법원 결정으로 구속기간이 최장 6개월 연장된 뒤 첫 공판이 열린 날이다.

이제껏 재판 도중 직접 발언을 한 적이 없는 박 전 대통령이 작심한 듯 메모지를 꺼내 읽은 것은 심경이 그만큼 불편하고 복잡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먼저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으며 재판 과정에서 의혹이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구속기간 연장과 관련해서는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유감을 표시한 뒤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을 사실상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실제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일괄 사임계를 냈다.

그러나 특검 수사 당시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고 헌재 탄핵 심판 때 출석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점에 비추어,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주장과 재판부 비판은 적절치 않다. 누구보다 법치를 준수해야 할 전직 대통령이 도리어 법 절차를 무시했으니 하는 말이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재판과 구속기간 연장을 정치보복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잘잘못을 따지는 모든 행위가 정치보복이라면 아예 재판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안 그래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치보복 논란이 일고 있는 마당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 공방이 심해지고 사회 분열이 부추겨질 것임을 알고서도 정치보복을 언급했다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 중 말끔히 해소된 것이 거의 없다. 얼마 전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한 시간을 조작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런데도 사법부를 비판하고 변호인단을 사퇴시켜 또다시 심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자신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박 전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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