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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근로시간 단축, 법 통과 어려우면 행정해석 변경”

입력
2017.10.16 1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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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당연시 사회 더 이상 안돼”

협상 지지부진 국회 압박

2004년 고용부 행정해석으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불포함

“법 개정 없인 현장 혼란”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국회에서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 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 주 68시간의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의 의지로 실행할 수 있는 행정해석 변경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사항인 근로시간 단축을 실현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국회를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 53조는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최대 연장 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규정해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1주일이 5일인지 주말을 포함하는 7일인지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토ㆍ일 16시간 추가)으로 해석한 것이다.

국내 장시간 근로 관행은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한국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멕시코에 이어 2위이며 한 해 독일보다 4개월, OECD 평균보다 2개월 더 일한다. 이 때문에 과로사가 잇따르고, 일자리 나누기도 더뎌 신규채용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과로 사회”라며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없이는 고용률과 국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방법이다. 여야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큰 틀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세부 쟁점에서 이견을 보이며 법 개정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기업규모별 단계적 도입 기준 정도에만 합의했고, 휴일 연장근로 수당의 중복할증 여부, 특별연장근로(주당 8시간) 허용 여부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행정해석 변경은 손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침만 폐기되면 주당 52시간 초과근로는 즉시 불법이 돼 사업주들이 당장 처벌을 받고, 근로자들 역시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임금이 줄어드는 등 현장의 혼란과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테이블에는 법 개정과 함께 행정해석 변경이 동시에 오르게 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국회 국정감사와 관련해 “정부는 국회의원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삼권분립을 존중하고 국민께 답변 드린다는 자세로 성실하게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국감에서 제시되는 정책 대안 중 수용할 만한 대안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해 달라”며 “앞으로 정부 각 부처와 청와대의 정책 보고 때 정책의 이력을 함께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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