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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중대선거구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입력
2017.10.16 16: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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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제 개편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 신호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의 지난 10일 토론회 이후 선거구제를 매개로 한 개혁연대가 가능할지, 실제로 선거구제 개편은 이뤄질지를 놓고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행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구제는 국민의 표심을 의석으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대표성 문제를 초래하고 있어 개혁이 시급하다. 사회적 공감대 또한 형성돼 있다. 다만 대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순탄치 않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늘리는 방법, 중대선거구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세 가지가 경쟁하고 있다. 선거연구의 권위자인 파렐(David Farrell)의 지적처럼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비례대표제가 대표성 실현의 이상적 대안이지만 정치권의 합의가능성에 비추어 단기적으로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축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기에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논의하는 ‘중대선거구제’는 실제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인이 아닌 2~4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의미한다. ‘대선거구제’는 다수대표제가 아닌 비례대표제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중선거구제와는 다르다. 선거제도를 연구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선거구제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인 다당제로의 정당정치 정상화, 표심 왜곡 및 지역주의 완화 등 어느 하나도 효과적으로 실현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중선거구제가 다당제를 촉진한다는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 2인 선거구에서는 거대 양당이 의석을 나눠가져 군소정당이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3인 선거구에서도 소수정당

후보의 3위 당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비해서도 양당제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4인 선출 선거구라면 현행 기초의회 중선거구제 획정과정에서 겪었듯, 거대정당의 담합으로 극히 일부에서만 허용될 것이다.

중선거구제의 문제점은 정상적 정당정치를 저해하고 파벌정치를 초래하는 것이다. 일본이 1994년에 중선거구제를 포기하고 소선거구제와 비례제 혼합형으로 전환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간 다툼이 심각한 우리 정치에서 중선거구제가 계파정치를 심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한 정당이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공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선거구제는 또 정책선거를 더욱 어렵게 한다. 한 선거구에서 4인을 선출하면 선거구의 면적과 인구수가 현재보다 네 배가 되어 선거구의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진다. 후보자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운동을 시도할 엄두를 못 내고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현재 선거구당 평균 인구수가 약 80만 명으로 늘어나 당선자의 지역구대표 활동은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지역 유권자와의 소통도 어려워진다.

농어촌 선거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도시지역만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 또한 위헌의 소지가 있다. 작년 총선은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2대1을 넘지 못한다는 2014년 결정이 적용된 첫 선거였다. 비록 한 선거구제에서 여러 명을 뽑더라도 농어촌과 도시 선거구 간의 인구편차는 더욱 커져 헌재 결정에 어긋난다.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중선거구제를 논의하는 것은 정치권의 정략적 발상이다. 거대 정당들은 한 선거구에서 다수를 공천해 모두 당선되기를 바라고, 군소정당들은 특정 지역에서 2~3위로 당선될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선거구제는 시대정신인 다당제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국민을 볼모로 한 거대 양당의 극단적 정치대결을 완화하고 타협과 협상을 존중하는 다당제를 위해서는 국민의 뜻을 왜곡 없이 반영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 시급하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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