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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신상품 출시 ‘착한 펀드’, 수익률도 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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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신상품 출시 ‘착한 펀드’, 수익률도 착할까

입력
2017.10.16 15: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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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리경영 등 지표 반영한 SRI펀드

文 정부 투명한 경영 강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인기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 11.75%

#2

삼성전자 등 시총 상위 비중 높아

일부에선 “무늬만 착한 펀드” 비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책임투자(SRI)펀드, 이른바 ‘착한 기업 펀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자본 시장의 관심이 ‘어떻게든 돈만 잘 벌면 된다’에서 ‘어떻게 버느냐가 더 중요하다’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 동안 잊혀졌던 SRI펀드가 국내에서도 속속 재등장하고 있고 수익률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착한 펀드’가 되기 위해선 한국 기업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새 정부 출범에 기대감 높아지는 SRI펀드

SRI펀드는 2001년 국내에 처음 출시됐지만 그간 부진한 성과에 오랫동안 외면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투명한 경영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SRI펀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EㆍSㆍG’(환경ㆍ사회적 책임ㆍ지배구조의 약자로, SRI의 투자 지표)를 고려한 연기금 운용을 명문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연기금이 기업의 ESG 정보를 고려해 투자하도록 하는 국민연금법ㆍ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본격화로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SRI펀드 출시와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SRI펀드는 총 17개다. 이 가운데 3개(하이 사회책임투자, 삼성 착한책임투자, 한화 아리랑 ESG 우수기업 상장지수)는 올해 출시됐다.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다시 시장에 나온 건 8년 만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지배구조 투명성이나 배당성향은 글로벌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새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 등 사회적 분위기가 책임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몰리는 추세다. HDC운용의 ‘HDC 좋은지배구조1’의 경우 올해 펀드 중 가장 많은 28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7개 SRI펀드 순 자산은 3,756억원이다. 2008년 2조원도 훌쩍 넘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지만 올 초 2,000억원대까지 급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SRI펀드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주요 투자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세계에서 SRI펀드를 활용한 자금은 23조 달러에 달했다. 유럽은 전체 운용자산 대비 ESG투자 비중이 50%를 넘었고 미국도 21% 수준이다.

이는 재무건전성이 좋은 기업이라도 사회적 책임에 소홀할 경우 부정적 이미지로 지속 가능하기 힘든 반면 윤리경영과 사회공헌에 힘쓰는 기업은 그만큼 ‘지속가능 기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체 운용자산 대비 사회책임투자 비중은 1.3%로 한참 부족한 수준이지만 점차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SG가 중요한 투자 지표로 자리 잡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사회책임 투자는 고객의 시선을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펀드 특성ㆍ대외적 변수는 고려해야

그렇다면 ‘착한 펀드’라는 이름만큼이나 수익률도 착할까.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에 출시된 SRI펀드 17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75%다. 이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는 마이다스운용의 ‘마이다스책임투자 A1’로, 22.04%를 기록했다. NH-아문디운용의 ‘NH-아문디 장기성장 대표기업 클래스C1’이 20.73%로 그 뒤를 이었다.

‘HDC 좋은 지배구조1 클래스A’(19.22%), ‘신한BNP Tops 아름다움 SRI자1’(18.22%), ‘삼성글로벌 클린에너지자1’(17.43%)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를 넘겼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17.08%)을 웃도는 실적이다.

그러나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RI펀드가 성과를 낸 데는 이들 펀드가 ESG 지수를 고려해 투자하기보단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시가총액 상위주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 기조에 맞춰 대형주의 비중을 낮추고 취지에 맞는 착한 기업 투자를 늘려도 지금처럼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SRI펀드의 상당수는 삼성전자 보유 비중이 10~2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SRI펀드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무늬만 착한 펀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실행 주체인 기업 문화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행 주체인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에 나서고 주주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기업에 적극 요청해야 한다”며 “SRI펀드가 특정 부분에만 투자하는 펀드라는 점을 고려해 주 펀드가 아닌 포트폴리오 일부로 가져간다면 중장기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포트폴리오 구축이나 사회 환원 등 자신의 투자 목적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총수 일가의 비도덕성이나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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