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9만여톤 처리실태 파악 안돼
돼지 사육두수 통계도 ‘주먹구구’
무단 배출 의심 농가 49곳 정밀조사
제주도가 최근 발생한 양돈장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건과 관련 도내 양돈농가를 전수조사한 결과, 분뇨 배출량 중 9만톤 이상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양돈농가 6곳 중 1곳은 축산분뇨를 무단배출한 것으로 의심돼 정밀조사가 이뤄진다.
도는 9월 19일부터 10월 13일까지 도내 양돈장 296곳에 대한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돼지 사육두수는 55만8,086마리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가축 및 축산물 이력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장 경영자가 매월 사육현황을 신고하도록 한 가축 이력관리시스템 통계 54만6,240마리보다 2.2% 많은 것이다.
신고한 사육두수보다 실제 사육두수가 1,499마리나 많은 농가도 확인되는 등 관련 통계가 그동안 엉망으로 관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실제 사육두수와 신고한 두수가 20% 이상 차이 나는 농가 43곳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양돈장 분뇨 배출 관리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전수조사 결과 전체 양돈장의 1일 평균 도내 분뇨 배출량은 2,846톤이며, 연간 분뇨 배출량은 103만8,790톤에 달했다. 이는 돼지 1마리당 1일 5.1㎏의 분뇨를 배출한다는 전제로 실제 사육두수와 곱한 수치다.
하지만 도내 양돈장의 분뇨 처리량을 신고하는 전자인계시스템상의 처리량은 94만5,715톤에 불과해 연간 무려 9만3,075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전자인계시스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분뇨는 대부분 무단 방류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분뇨 처리량 대비 발생량이 많은 농가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158곳(53.4%)에 달했다. 도는 이들 양돈장 중 실제 사육두수를 기준으로 한 분뇨 배출량보다 전자인계처리시스템상 처리량이 20% 이상 적어, 사실상 무단 배출 의심이 드는 농가 49곳에 대해서는 추가 정밀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농가의 실제 처리한 분뇨량보다 전자인계시스템상의 처리량이 적은 사례도 발견됐다. 이는 분뇨를 수탁 처리하는 재활용업체가 처리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 자사의 처리시설 용량보다 많은 분뇨를 수탁 받은 후 축소 기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도는 재활용업체는 물론 이들 업체의 액비 살포지에 대해서도 조사해 내년 상반기에 개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도는 지하수 오염을 우려해 양돈장 주변 지열공과 숨골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했다. 78개 농가 양돈장 냉·난방으로 사용하기 위해 214개의 지열공을 뚫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15개 농가의 16개 지열공이 사용하지 않고 있어, 이를 폐쇄할 방침이다.
또 제주도 지리정보시스템(GIS)에 등록된 숨골 360곳 중 2곳이 양돈장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파악됐지만, 현장확인 결과 분뇨 투입 흔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는 앞으로 GIS에 양돈장의 위치를 표시해 숨골 지대에 대해서는 우선해 지하수 조사ㆍ관측정을 설치해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전수조사 결과 추가 조사가 필요한 농가의 분뇨 처리 과정을 정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며 “또한 필요하면 시추, 굴착 등을 통해 환경 오염 행위가 있는지를 끝까지 추적해 밝혀내는 등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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