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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심판매수+해체검토’ 이겨낸 김종부와 경남FC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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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심판매수+해체검토’ 이겨낸 김종부와 경남FC의 귀환

입력
2017.10.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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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김종부 감독(오른쪽)/사진=프로축구연맹

김종부(52)하면 한국 축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가 떠오른다. 대회 4강 신화 주역이었던 그는 3년 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떨쳤다. 불가리아전에서 천금 같은 골을 넣고 한국에 사상 첫 월드컵 승점(1-1)을 안긴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고려대 시절 스카우트 파동을 겪고 급격하게 무너진다. 고대 4학년이던 1986년 프로축구 대우와 현대 구단의 자존심 싸움에 낀 것이다. 역대 최고 조건을 제시한 두 팀과 협상하다 이중계약 파문을 일으켰고 1987년 한ㆍ일 프로축구 친선전에서 대우 소속으로 뛴 탓에 1년간 선수 자격을 잃었다. 1988년 포항 유니폼을 입었지만 1995년 대우에서 은퇴할 때까지 81경기에서 6골에 그친 뒤 쓸쓸히 축구화를 벗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아픈 만큼 성숙했다. 거제고ㆍ동의대ㆍ중동고 감독 등을 거쳐 2013년 챌린저스 리그(3부 리그) 소속 화성FC를 지휘했고 2014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6년 K리그 챌린지 경남FC 감독에 오른 뒤 두 시즌 만에 팀을 챌린지(2부 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건 화성FC와 닮은꼴이다.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오뚝이 김종부의 축구 인생은 우여곡절을 딛고 3년 만에 클래식(1부 리그) 무대로 돌아오게 된 경남FC와 어울린다.

김종부 감독이 이끄는 경남은 지난 14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34라운드 서울 이랜드와 홈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승점 73을 기록한 경남(22승 7무 5패)은 남은 두 경기 결과(2위 부산에 승점 +9)에 관계없이 챌린지 1위로 클래식 승격을 확정했다.

올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절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축구를 할 것“이라며 ”훈련 강도도 적당히 조절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던 김 감독의 지도력이 아니었다면 힘든 일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남은 2014년 챌린지로 강등된 뒤 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가장 먼저 재정난이 찾아왔고 심판매수 사건에 연루된 안종복 전 대표이사는 구속됐고 2016년에도 대표이사가 주민소환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겹쳤다. 외풍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2014시즌 16경기 동안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최악의 부진에 허덕였다. 도민구단은 경남FC는 경남지사가 구단주인데 당시 경남지사였던 홍준표(63) 자유한국당 대표는 구단 해체를 검토하기도 했다.

올해 경남은 조기호 대표이사와 김 감독 체제로 경기를 치렀고 기적을 일궈냈다. 클래식 승격 확정 후 김 감독이 “팀이 전반적으로 어려워 꿈만 같다”는 소감을 밝힌 배경이다. 이어 그는 “부산 아이파크가 끈질기게 추격해 3-4번의 고비는 있었지만 전반기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면서 지속적으로 1위를 유지했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마냥 웃지는 못했다. 그는 헹가래도 사양하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김 감독은 “프로에서 조진호 감독과 같이 큰 경기들을 많이 했었다"며 "우리와 경기가 끝나고 운명을 달리해 심적으로 무거웠다. 기쁜 클래식 진출이지만 헹가래를 받는 건 조 감독에 대한 예우 아닌 것 같다. 나도 그런 압박감 속에 똑같이 해왔기에 안다"며 고(故) 조진호 감독을 추모했다. 다행히 지난 10일 급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조 감독의 부산도 14일 수원FC를 1-0으로 누르고 2위를 확정했다.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경남의 재정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 대표이사가 발 벗고 뛰고 있지만 후원하는 지역 기업들이 침체해 쉽지 않다. 김 감독은 “예산 때문에 대폭적인 변화는 힘들고 재능 있는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고 기존 선수들 60% 이상을 가져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어머니를 여의고 49재가 지나지 않은 아픔이 있는 막내아들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번 우승이) 막내를 잘 키워준 선물이라고 본다"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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