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연장 결정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워”
재판부는 “헌법에 따라 예단 없이 재판 진행”
“변호인 사퇴 땐 재판 진행 어려워” 재고 당부
지난주 구속 연장이 결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자신의 재판에서 법원 결정을 비판하며 사실상 ‘재판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예고 없는 박 전 대통령의 강성 발언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 나와 작심한 듯 미리 준비해둔 종이를 펼쳐 읽었다. 박 전 대통령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이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며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던 공직자들과 국가경제를 위해 노력하시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그는 “하지만 염려해주신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견뎌 왔다”며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롯데, SK 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특히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체념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 요청을 받아 들여 지난 13일 추가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며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변호인들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도 직접 언급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밝히며, 발언을 마쳤다.
박 전 대통령 발언이 끝나자, 유영하 변호사는 울먹이면서 방청석을 향해 말했다. 유 변호사는 “변호인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헐벗고 외로운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구속 연장 결정이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예단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변호인이 전부 사퇴하면 공판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국선 변호인이나 새로운 변호인을 선임하면 10만 쪽이 넘는 기록과 재판 진행을 검토해야 해서 심리가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어 피고인한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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