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압구정 일대 밤 시간대 출몰
고급 스포츠카 타고 여성들 희롱
만남 요구하며 따라붙다 욕설까지
불안에 떨어… 경찰은 “순찰 강화”
서울 청담동에 사는 대학생 A(25)씨는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에 내려 귀가할 때마다 주위를 바짝 경계한다. 고급 스포츠카를 몰며 천천히 따라오는 남성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할까 두려워서다. 이들은 “술 한 잔 하자”는 제안을 거절하면 상스러운 욕설을 퍼붓거나 심지어 강제로 팔을 잡아 끌기도 한다. A씨는 “늦은 밤이면 비싼 가격을 자랑하듯 고급 승용차를 끌고 나타나 여성들을 희롱하는 남성들이 있다”며 “이들을 뿌리치다가 험한 욕설을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술집과 고급 카페가 밀집한 서울 강남에 주로 등장했던 ‘야타족’이 다시 출몰하고 있다. 야타족은 ‘야! (차에) 타!’를 줄인 말로, 부모의 자동차나 부모가 사준 차를 몰고 다니며 거리를 지나다니는 여성들을 유혹하던 젊은 남성들을 일컫는다. 최근 야타족이 과거와 다른 점은 고급 승용차가 외제 스포츠카로 바뀌었다는 점 정도다. 신흥 야타족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술집과 음식점 카페 등이 많은 서울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에 자연스레 몰리고 있다.
구시대 풍습으로 치부되던 야타족 재등장에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이들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압구정동에 사는 대학생 B(27)씨는 “심지어 일요일에도 즉석만남을 요구하는 야타족들이 많다”며 “가급적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집요하게 쫓아와 무서움을 느낀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했다. 김모(31)씨도 청담동 집 근처에서 봉변을 당했다. “휴대폰 번호를 알려 주지 않자 차를 끌고 끝까지 따라왔다”는 것이다. 그는 “번거롭다고 생각해 그냥 넘어갔지만 앞으로는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타족들은 압구정 로데오거리 주변 상점들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압구정동 한 카페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C(43)씨는 “괴롭힘 당하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가 협박을 당한 일도 있다”라며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여성들은 아무래도 다시 가게에 오는 걸 꺼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밤 시간대에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 순찰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유지윤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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