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들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형태로 전환 마무리되고 있다. 앨범 판매량 기록은 현재의 대중음악 시장구조에서 과거와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承 'Her'의 오프라인 앨범 판매량 120만장의 숫자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2017년, 120만이라는 숫자가 던지는 화두는 전혀 다른 지점에 있다.
뮤지션이 '앨범을 발표한다'는 의미는 단순했다. 1940년대 LP라는 저장 매체가 발명되고 음반 제작자들은 노래를 팔기 위해 앞뒤 양면에 각각 30분 분량으로 트랙들을 채워야 했던 게 앨범의 시작이다.
제작자들의 단순한 의도와 달리 뮤지션들의 생각은 달랐다. 넓어진 공간에 자신의 자의식과 세계를 보는 관점, 음악적 새로움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작자들의 요청에 단순히 여러 노래를 모아 묶어 파는 것이 아니라 각 트랙들의 사운드적 통일성을 부여하고, 하나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전체의 유기적 구조와 스토리를 치밀하게 고민해 배열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의 앨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고민 없이 단순히 여러 개의 트랙을 묶어 판다면 제대로 된 앨범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좋은 뮤지션으로 평가받기 위해 치열한 고민을 담은 한 장의 앨범을 만드는 것은 상식이고 기본 소양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앨범부터 줄곧 이 앨범의 상식적 태도와 방식을 고수했다. 단순히 곡을 모아내는 것이 아니라 '학교' '청춘' 등의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데미안' 등 문학작품에서 소재를 도출했다. 선배들과 달리 음악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영상 콘텐츠 등에 디테일한 스토리들을 배열했다. 이번 LOVE YOURSELF 承 'Her'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쉽게 연인으로 한정하지 않고 그 본질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로 채우려 시도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수록곡의 구조뿐 아니라 앨범 전체 또는 앨범과 앨범 간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이 의도했던 작품의 감흥을 온전히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시대에 이 같은 공을 들인 앨범은 음반 제작자 입장에서 비효율적이고, 일반적인 리스너들에게는 불친절할 수 있다. 음악은 휴대전화로 스트리밍해 듣는 것이 일반적이고 음악은 싱글 형태로만 소비되는 것이 현실이다. 굳이 고민해서 주제를 잡고, 메시지 담은 노랫말을 쓰고, 그 노래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아트워크와 비주얼을 고민하는 건 음악시장에서 불필요한 시대가 됐다. 앨범의 상식적인 개념, 뮤지션의 기본 소양은 실상 대중들에게, 심지어 뮤지션들에게 조차도 잊혀진지 오래다.
하지만 이 비효율적이고 불친절한 과정에서 비로소 뮤지션의 자의식이 깨어나고 예술적 성취가 발생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방탄소년단은 한 장에 앨범에 여러 곡들을 담아 사운드적 측면에서 하나의 장르가 K-팝 고유의 정서를 통한 접근으로 얼마나 새롭게 들려질 것인가를 실험한다. 처음에는 힙합이었고, 이번 앨범에서는 EDM이었다. 방탄소년단의 K-팝 사운드에 대한 실험은 전 세계적 팬덤이라는 결과로 증명됐다. 방탄소년단이 자기 스스로의 생각을 담은 콘셉트와 각 트랙의 노랫말, 전체 스토리의 구성은 음악적 상상력을 무한하게 확장시킨다. 그들의 메시지는 팬덤에 의해 행동이 되고 변화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도 높다.
방탄소년단의 120만장의 앨범 판매 기록은 의식적으로, 설령 무의식적으로든 '상식적' 앨범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혹자에 의해 대중문화 상품으로 평가절하 된 음악과 뮤지션이 제자리를 되찾기 위해 뮤지션 스스로가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도 주지시킨다. 자신의 자의식을 투영한 완성도 높은 앨범으로 자부심을 얻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거나, 팬들 입장에서 단순히 좋아하는 뮤지션이 아닌 존경하는 뮤지션을 갖게 하는 건 부차적인 것이다.
우리는 과거 위대한 뮤지션들이 만든 명반들이 뛰어난 예술적 성취로 각 시대를 화려하고 풍성하게 장식했고, 현재까지 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방탄소년단이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든 앨범 앞에 붙은 120만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의 철지난 셈법에도 불구하고 묘한 설렘을 들게 만든다.
박건욱 기자 kun11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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