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제한 해제 ‘글리포세이트’
프랑스는 단계적으로 금지키로
“위해성 지적 많아 철저 검사해야”
농촌진흥청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한 제초제 성분(글리포세이트)에 대해 자체적인 검증 실험도 거치지 않은 채 출하제한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글리포세이트 함유 제초제는 주로 경작지 주변에 뿌려져 인체 유입 위험이 있다.
15일 국회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농진청은 지난 1월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를 열고 글리포세이트의 출하제한 처분을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현권 의원은 “농진청이 자체 검증은 거치지도 않은 채, 제초제 제조사의 실험 결과를 재분석하는 등 해제에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글리포세이트는 미국 몬산토가 1974년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에 함유된 성분이다. 세계적으로 8억톤 가량의 글로포세이트 함유 제초제가 쓰이는 걸로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전체 제초제의 55%(2,235톤ㆍ2015년 기준)에 글리포세이트가 쓰이고 있다.
문제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015년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추정물질로 분류하면서 유해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IARC는 “글리포세이트가 사람에게 폐암 등을 일으킨다는 제한적 증거가 있으며 동물 발암에는 증거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엔 국제잔류농약전문가그룹(JMPR)은 지난해 5월 “글리포세이트가 음식물 섭취로는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국제기구의 다소 상반된 발표로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프랑스는 지난달 2022년까지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고 천명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지난 7월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물질로 분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농진청은 이미 지난 1월 글리포세이트 1,900톤의 출하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동물실험 ▦농약살포자 노출 실험 결과, 발암 위해성이 낮았다”는 게 근거였는데, 두 실험은 모두 몬산토사와 국내 농약제조사 등 이해 당사자가 실시한 기존 실험을 농진청이 재평가한 결과였다. 농진청은 여기에 “글리포세이트 제초제 가격(6,000원ㆍ500㎖ 기준)이 대체제인 글루포시네이트의 절반 수준이어서 사용이 막힐 경우 영농 비용이 증가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임영석 강원대 의생명융합학부 교수는 “통상 관련 기업의 후원을 받는 연구들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이라며 “이미 많은 논문들의 글리포세이트의 위해성을 지적한 만큼 정부가 더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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