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부당 입찰 78건 중 28건

새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 ‘늑장처리’ 관행(본보 10일자 1면 참조)이 논란으로 떠오른 가운데, 공정위가 “검찰 고발 여부를 검토해 보라”며 조달청에 보낸 입찰담합 사건의 40% 가량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애당초 고발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4~2016년 조달청에 공공부문 입찰담합 사건 처리결과 78건을 넘겼다. 하지만 이 가운데 28건(35.9%)은 사실상 공소시효가 만료돼 ‘의무고발 요청’을 할 수 없었던 건으로 나타났다. 형사소송법상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는 입찰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의무고발제란 조달청을 비롯, 검찰ㆍ중소기업청ㆍ감사원 등 법으로 정한 기관이 공정위가 처리한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검찰 고발을 요청하면 전속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이를 따르도록 한 장치다.
하지만 조달청의 경우, 의무고발 요청 검토의 기본인 공정위의 사건자료(의결서)가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 직전 혹은 심지어 그 이후에 전달되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낙동강 하구둑 배수문 증설 공사’ 입찰(2009년 10월)에서 담합한 삼성물산 등 3개 건설사에 2014년 10월 과징금 250억원을 부과하고 자료를 곧바로 조달청에 넘겼다. 하지만 당시는 담합 행위 공소시효 만료를 일주일 남긴 시점이라 조달청은 “고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현대건설 등이 2009년 5월 ‘통영~거제 주배관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지 1년 후인 2015년 7월 공정위 제재가 확정돼 조달청으로 자료가 넘어왔다. 이 때문에 조달청이 2014~2016년 사이 검찰에 고발한 담합 건은 불과 3건에 그쳤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사건은 조사 내용이 방대하고, 담합 발생 후 2~3년 후에야 사건을 인지할 때도 많다”며 “담합 사건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공정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담합 공소시효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최운열 의원은 “입찰일 기준 5~6년이 지나서 고발요청 검토 요구가 조달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어난 의무고발요청 제도의 명확한 한계”라고 밝혔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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