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자체적으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가 한 달 전쯤 내놓은 권고안의 큰 줄기는 살렸지만 공수처의 규모를 축소하고 처장 임명 권한을 사실상 국회로 넘긴 것이 두드러진 차이다.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은 공수처가 검사 50명에 수사인력 70명 등 최대 122명까지 둘 수 있게 했다. 반면 법무부 안은 검사 25명에 수사관 30명, 일반직원 20명을 인력의 최대치로 정하고 있다. 권고안 발표 직후 나온 ‘슈퍼 공수처’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권력을 견제하겠다는 공수처가 도리어 또 다른 권력집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권고안 발표 당시의 여론이었다.
법무부 안은 공수처장의 임명 절차에서도 권고안과 차이가 있다. 권고안은 추천위원회가 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청문회를 거치게 한 다음 최종적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와 중립성 논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에 비해 법무부 안은 국회에 설치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1명을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고 있다. 처장 임명 권한을 대통령이 아니라 사실상 국회가 갖도록 한 셈이다. 법무부가 공수처 비대화와 중립성 훼손 등에 대한 우려를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 안은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점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3회 연임이 가능하다고는 했지만 검사의 임기를 3년에 그치게 한 것은 공수처 검사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역시 임기가 3년인 공수처장이 바뀔 때마다 원하는 검사를 데려온다면 기존 검사는 공수처를 그만둬야 하는데 이를 의식해 우수 자원이 공수처 지원을 꺼리면 수사 역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법무부 안에 검사의 입김이 많이 반영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화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공수처가 제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한다면 고위직 부패 적발과 검찰 견제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런 만큼 공수처 신설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법무부 안으로 그런 기대가 충족되기 어렵다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수처가 스스로 권력화하는 것은 피하면서도 제 역할은 분명히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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