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거치며 생각 바뀌어”
“팩트 확인 어렵다” 지적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건설공사 영구중단ㆍ재개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역할을 맡은 시민참여단 대표들은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공론화위원회가 마련할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시민참여단 대표들은 15일까지 2박3일간 충남 천안시 계성원에서 진행된 합숙토론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달여 간의 공론화 과정이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경애(82) 할머니는 “좋은 선택을 했다고 미래세대에 박수 받고 싶다”며 “공론화 의미가 헛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민호(35)씨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는데 471명이나 (합숙토론에) 나온 걸 보고 많이 감동 받았다”며 “국가 정책을 결정하면서 국민 목소리를 듣고, 토론으로 정책을 도출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민참여단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쉽게 가늠되지 않았다. 일부 시민참여단은 한 달여간 이어진 공론화 과정을 통해 처음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용혁(52)씨는 “처음 올 때는 어느 한쪽으로 마음을 먹고 왔는데, 토론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고 내 생각 가운데 틀린 점도 깨달아 판단을 바꿨다”고 말했다. 반면 송호열(58)씨는 “찬반 양측이 제공하는 자료가 사실을 왜곡하는 점도 상당히 많았는데, 토론 과정에서도 각자 자기 얘기만 할 뿐 누구 말이 맞는지 팩트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시민참여단 저마다 생각과 소감은 달랐지만 공론화위가 내놓을 최종 권고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든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뜻에는 이견이 없었다. 조원영(39)씨는 “이번 토론을 거치면서, 제가 원하는 것과 반대의 결론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수 있고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도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표본으로 뽑히지 않았냐”고 말했다.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은 이날 종합토론 폐회사를 통해 “최종 권고안을 존중하지 않아서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승자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일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천안=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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