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2ㆍ하이트진로)이 9번 도전 끝에 고진감래를 맛봤다.
고진영은 15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바다코스(파72ㆍ6,316야드)에서 막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 상금 200만 달러ㆍ약 22억5,500만원)에서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쳐 정상에 올랐다. 19언더파는 2014년 4라운드제로 전환된 이래 대회 최저타 기록이다. 2015년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해 박인비(29ㆍKB금융그룹)에 3타 뒤진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와 함께 LPGA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올해 투어 4년 차를 맞은 고진영은 꾸준히 정상급 활약을 펼쳤지만 늘 누군가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2014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화려하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부 무대에 데뷔, 우승 1회에 톱10 14회를 기록했지만, 당시 LPGA투어 직행 티켓을 따낸 동기생 백규정(22ㆍCJ오쇼핑)에 신인왕을 빼앗겼다. 2015년 개막을 앞두고 “올 시즌은 다 해먹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밝히며 시즌 3승, 브리티시 여자오픈 준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전인지(23)가 가져갔다. 지난 해에는 KLPGA 메이저 포함 시즌 3승, 역대 3번 째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 등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지만 7승의 박성현(24ㆍKEB하나은행)이 그의 앞에 있었다.
고진영은 자신을 가로막은 ‘벽’ 박성현과 전인지를 이번 대회에서 각각 2위와 3위로 밀어내며 비로소 설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전날 6언더파 깔끔한 플레이를 펼치며 2타차 단독 선두로 뛰어오른 고진영은 이날 박성현, 전인지와 챔피언조에서 대결했다. 생애 첫 LPGA투어 우승 도전을 앞두고 다소 긴장한 듯 2ㆍ3번 홀 연속 보기를 범해 박성현에 선두를 빼앗겼다. 5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분위기를 다잡은 그는 7~9번 홀에서 3연속 버디로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승부는 15번홀(파4ㆍ275야드)에서 갈렸다. 박성현이 원 온 뒤 시도한 4m 이글 퍼트가 간발의 차로 벗어난 것이다. 심리적으로 조급해진 박성현은 이어진 16번 홀 마저 보기를 적어냈고, 고진영이 파 퍼트를 성공하며 3타차로 달아나자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박성현 스스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
한편, 이날 역대 최다 갤러리가 경기장을 방문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4라운드에 총 3만1,726명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4라운드 포맷으로 전환된 이래 한 라운드에서 3만 명 이상이 입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라운드에서부터 5,772명으로 이 대회 역대 1라운드 최다 갤러리를 동원하며 흥행을 예고했고 2라운드 9,234명, 3라운드 1만5,264명이 들어섰다. 이어 고진영, 전인지, 박성현 국내 선수들끼리 챔피언조로 겨루게 된 마지막 날에는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와 경기장을 달궜다. 이번 대회 총 6만1,996명이 들어와 지난해의 5만6,237명을 뛰어넘는 대회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천=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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