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은 “러ㆍ중 제안 ‘로드맵’ 검토해야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이 지금 시도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평통 미주지역 협의회 출범식 참석차 방미 중인 김 수석부의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 간 대화채널 가동 등 비밀접촉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제가 밝힐 입장은 아니지만 그런 접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북미 간에 ‘꼭 언제 어떻게 대화를 하자’ 이런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탐색을 하는 것 같다”며 “최근 들은 정보 등에 의하면 북한도 이제는 미국 등과 대화를 하겠다는 준비가 돼가는 게 아닌가 싶다. ‘1.5트랙’ 채널 등을 탐색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지난달 말 러시아를 방문했으며, 같은 달 중순에는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러시아를 찾은 바 있다. 최선희 국장은 이달말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핵 비핵산 국제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 김 수석부의장은 “미국이 중국을 통해서는 (대북) 제재를 강화ㆍ압박하는 역할을 하고 러시아를 활용해서는 비핵화 대화에 끌어들이는 식의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한반도 상황을 ‘진짜 위기’라고 진단하면서도 “밤이 깊었을 때 새벽이 오고 엄동설한이 지나 봄이 오듯, 북핵 해결을 위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미국 전임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이유로 방치했던 북핵 문제를 트럼프 정부가 해결해보겠다고 하는 건 우리로선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선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러시아국제연맹(IPU) 총회 참석을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방러 중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북핵 문제 해결 구상인 ‘로드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로드맵이 시기상조라는 한국 정부 입장과는 차이가 난다. 송 의원은 13일 모스크바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이날 이뤄진 세르게이 라브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면담결과를 소개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러ㆍ중 로드맵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ㆍ탄도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1단계부터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2단계를 거쳐 다자협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등을 논의하는 3단계로 이행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송 의원은 “라브노프 장관에게 현재 한ㆍ미 정부는 로드맵 구상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이는 북미, 남북간 불신 때문이며, 만일 북한이 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자세가 돼 있다면 한국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소개했다. 송 위원장은 “북한이 최선희 국장을 두 번이나 러시아에 보내는 것을 보면 대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도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러ㆍ중 로드맵에 기초한 북한과의 대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러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지역 국가와의 교통ㆍ물류ㆍ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기구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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