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WANO 총회
정부ㆍ한수원 소극적인 홍보
백운규 장관 행사 불참 두고
“원전 수출 기회 날려 버린다”
야당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
세계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가 한국수력원자력 주관으로 16일부터 일주일간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세계 원전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원전 업계에서는 중요한 국제행사지만,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열려 야당 등으로부터 정부가 홍보 소홀 등 의도적으로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성공적으로 진행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WANO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설립된 비영리 원자력 국제기구로 34개국 122개 회원사로 구성됐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미국 애틀랜타, 프랑스 파리, 러시아 모스크바, 일본 도쿄에 각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전한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위해 회원사 간 운영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등 안전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원전 운영사의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관계자 등 500명 이상이 참석해 ‘변화하는 세계 속에 원자력 안전을 선도한다’는 주제로 원전 운영 현안과 정책을 논의한다. 한국이 이번 총회 개최국으로 선정된 것은 2014년. 한수원은 이듬해인 2015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된 WANO 총회에서 회장사로 선정된 뒤 개최지를 경주로 결정하고 총회를 준비해왔다. WANO 회장인 한수원 이관섭 사장은 “이번 경주 총회는 전 세계 원자력 사업자들에게는 원자력 안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최우선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수원의 높아진 위상을 토대로 향후 안으로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한 운영에 한층 더 노력하며 밖으로는 우리 원전 수출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총회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과 함께 준비 단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수원이 2014년 파키스탄을 제치고 한국에서 총회를 유치하기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세계 원자력 산업계의 최대 행사인 총회 유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운영 및 건설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정부 한수원 모두 홍보에 소극적이다. 한수원으로서는 탈원전 정책을 펴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정부도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기간에 열리는 이번 총회를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친원전 진영과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전 수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12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산업부가 탈원전 홍보에 집중하느라 원전 관련 국제행사를 홍보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자리에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다.
백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최국 중앙정부 고위급 인사가 총회에 참석한 사례가 없었고 한수원도 산업부에 참석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국감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재확인했다. 산업부 관계자 또한 “WANO가 원전 운영사로 구성된 단체로 정부 기관은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2002년 서울에서 열린 제6차 총회에도 산업부 장관이나 차관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