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고인(故人)에게 바치는 우승트로피였다.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경남FC가 이번 시즌 우승을 확정하며 3년 만의 클래식(1부) 진출에 성공했다.
경남은 14일 서울 이랜드와 홈경기에서 2-1로 이기며 남은 두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승격을 확정했다. 2014년 강등된 뒤 3년 만의 클래식 복귀다. 경남 선수단은 축제 분위기였지만 승격의 일등공신인 김종부(52) 감독은 기쁨을 자제했다. 선수들의 헹가래도 사양했다.
지난 10일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후배 지도자 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에 대한 예의였다. 경남과 부산은 올 시즌 내내 1,2위를 다퉜다.
지난 8일 두 팀은 사실상의 결승이나 다름없던 맞대결을 펼쳤고 경남이 2-0으로 승리해 챌린지 우승을 예약했다. 안타깝게 이틀 뒤 조 감독이 숨졌다. 김종부 감독은 “조 감독도 능력 있는 지도자다. 우리와 경기 끝나고 운명을 달리해 마음이 무거웠다”며 “클래식 진출을 조 감독과 함께 나누고 싶다. 헹가래 받는 건 예우가 아닌 것 같았다. 나 또한 똑같이 그런 압박감에 시달렸기에 잘 안다”고 말했다.
승격은 지난 달 19일 타계한 모친 강덕경 씨를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3남2녀를 억척같이 키우면서도 축구 선수인 막내아들 사랑이 각별했다. 강 씨는 얼마 전까지 정신이 맑지 못해 자식들 애를 태웠다. 선수시절 최고의 기량을 지니고도 스카우트 파동 등으로 꽃을 피우지 못해 ‘비운의 스타’로 불린 김 감독은 어머니 병환이 자신의 젊은 시절 방황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더 아팠다. 김 감독은 바쁜 시즌 중에도 종종 통영에 있는 요양원을 찾아 어머니 안부를 물었다. 요양사들은 “경남 승리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신다”고 말해줬고 피 말리는 승격 전쟁에 지친 김 감독은 힘을 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막내 아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못 보고 눈을 감았다. 김 감독은 “20대 초반 스카우트 파동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어머님이 지켜보며 마음이 안 좋으셨다. 지도자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오늘 이 선물을 막내 잘 키웠다는 마음으로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은 3년 전만 해도 망가질 대로 망가진 팀이었다. 2014년 강등됐고 2013년과 2014년에 심판을 매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2015년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승점 10점 감점, 벌금 7000만원)를 받았다. 2015년 말 통영 출신 김종부 감독이 다 쓰러져가던 고향 팀을 맡았다. 승점 10이 깎인 상황에서 시작한 2016년에 8위에 그쳤지만 김 감독은 묵묵히 바닥부터 다졌다. ‘괴물공격수’라 불리는 말컹(23ㆍ브라질)은 올 시즌 22골로 득점왕을 예약했다. 배기종(34)과 조병국(36), 최재수(34) 등 베테랑들이 팀의 중심을 잡았다. 경남은 올 시즌 34경기를 치러 챌린지 10팀 중 최다득점 1위(65골), 최소실점 3위(34골)로 균형 잡힌 공수 능력을 과시했다.
한편, 부산은 조진호 감독 별세 이후 치른 첫 경기에서 수원FC에 1-0으로 승리했다. 결승골을 넣은 이정협(26)은 관중석에 걸린 조 감독의 영정 사진으로 달려가 고개를 숙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챌린지 2위를 확정한 부산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클래식 승격을 노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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